[맛있는 책읽기] 오래된 책에 담긴 추억과 기쁨

  • 문화
  • 문화/출판

[맛있는 책읽기] 오래된 책에 담긴 추억과 기쁨

  • 승인 2015-10-15 14:33
  • 신문게재 2015-10-16 12면
  • 남저현 한밭도서관 사서남저현 한밭도서관 사서
[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 남저현 한밭도서관 사서
<br />
▲ 남저현 한밭도서관 사서
내 손안의 책보다 광속의 느낌을 주는 그 전자매체들과 편리함을 내세운 인터넷서점의 등장으로 서점이라곤 어쩌다 눈에 띄는 이 시대에 시골 촌구석에서 헌책방을 시작한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모를 한 부부가 있다.

그들이 정착한 탄광촌 빅스톤갭 마을은 기간산업의 활기가 사라진 시골 마을. 붙어있는 카운티 서너 개의 인구를 합쳐도 5000명이 좀 넘는 정도의 작은 동네다. 이미 저질러버린 일을 수습하느라 부부는 고군분투하지만 이 작은 책방을 통해 깨닫고, 그 과정을 통해 알게 된 삶의 진실을 그려내고 있다.

▲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존 스타인벡의 말처럼 부부는 자신의 헌책방 하나를?문학적 렌즈로 클로즈업한 다음 다시 줌아웃 해 한 세대, 시대, 세태 전체를 보여주는 이야기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은 이웃, 그리고 그들의 책이다. 취미가 아니라 생계로 하는 일인 만큼 어떻게 꿈결 같은 성공스토리만 있겠는가? 전문적인 헌책 매매상이나 억지를 부리는 짜증나는 인간도 많지만 그가 헌책방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을 통해 만난 이웃들의 이야기는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과 사랑을 회복하게 만든다.

주인공이며 실존인물인 잭과 웬디 부부는 가격과 가치는 다르다고 말한다. 중고품의 경우는 더 그렇다. 가격은 돈으로 계산이 가능하고, 가치는 추억의 순간들로 값이 매겨진다. 그 둘의 차이를 아는 헌책방 주인들은 혼돈으로 가득한 어지러운 세상에 질서와 균형을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죽음이나 이혼으로 떠나간 이의 책에 값을 매기는 일을 오래된 잡동사니 서랍을 열고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내면서 그것에 깃든 과거를 떠올려보는 것에 비유했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헌책을 파는 일이 각별하다. 그들에게 책이란 궁극적으로 다른 세계, 다른 사람을 만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책이 팔린 부수만큼 존재하는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동료애를 의미했다.

그러므로 책방을 운영하려는 사람이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은 “책을 좋아하십니까?”이기보다는 “사람을 좋아하십니까?”일 것이다.

이런저런 사연에 웃고 울다가 감동하며 책을 읽노라면, 이 이야기가 단지 '헌책방 운영'이라는 낭만적인 꿈을 이뤄가는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책을 팔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교만과 비관적이지 않은, 균형 잡히고 정직한 삶을 되찾게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책의 뒷부분에 부록처럼 붙인 강추책과 비추책의 목록은 자기 삶의 여정에서 급회전을 한 지점을 표시해주는 이정표 같은 역할을 해준 책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타이밍과 읽는 이의 성향과 책, 이 세 가지 마법 같은 연금술로 결정되었을 당신 인생의 책은 과연 어떤 것인지를 넌지시 묻는다.

우리는 헌책방이 있던 풍경을 기억한다. 한때는 치열하고 진지했던 책의 기억으로부터 추억을 건져 올리고, 가끔은 낡고 묵은 것에 위로 받기도 한다. 바로 오늘이 그들이 주는 위안에 마음 놓이는 그런 날이었으면 좋겠다.

남저현 한밭도서관 사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4.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5.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1.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2.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3.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4.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