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미치 탈보트, 에스밀 로저스, 제이크 폭스. |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한 한화 이글스는 새로운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이달 말 마무리 캠프를 준비하며 내년 시즌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시작한다. 올 시즌 활약한 외국인 선수들과의 재계약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용병 농사가 한 해 성적을 결정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프로야구(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각 팀의 선발 에이스, 4번 타자는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1위 팀 삼성 라이온즈의 나바로, 피가로와 2위팀 NC 다이노스의 테임즈, 해커 등 실력 있는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화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 덕을 크게 보지 못한 구단 중 하나였다.
시즌 막판 뉴욕 양키스 출신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를 영입하며 5위 싸움을 마지막까지 이어가는 효과를 봤지만,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며 이마저도 성공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올 시즌 한화에서 활약한 외국인 투수들을 내년 시즌에도 보기 어려운 이유다.
로저스는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KBO리그에서 수준급 성적을 올렸다. 올 시즌 총 10경기에 출전해 6승2패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4번의 완투승(3번의 완봉승)을 거두는 등 이닝 소화 능력까지 보여줬다. 한화로서는 잡고 싶은 게 사실이다.
시즌 중 인터뷰에서 로저스는 “아직 내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인 마음으론 한화에 남고 싶은 생각이 있다”며 잔류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높은 몸값이 문제다. 올 시즌 로저스의 연봉은 70만 달러(미국 현지 보도 100만달러)로 2개월 남짓 뛴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선수 본인의 의지도 문제다. 아직 젊은 나이로 실력까지 갖추고 있어 메이저리그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탈보트는 올 시즌 10승11패 평균자책점 4.72를 기록하며, 2007년 세드릭 이후 8년 만에 두자릿수 승수를 달성한 한화 출신 외국인 투수가 됐다. 기복 있는 투구를 선보였지만, 6·7월과 시즌 막판 팀의 상승세를 이끈 주역이었다. 시즌 초반 판정에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퇴장을 당하는 등 다혈질 성격이 문제로 지적됐다.
하지만 2군을 다녀온 이후 별 탈 없이 시즌을 마쳤다. 시즌 막판 허리 통증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팀 사정을 우선시하며 등판하는 헌신적인 자세도 보여줬다. 선수 본인도 재계약 의지를 갖고 있다. 탈보트는 시즌 막판 10승 달성 인터뷰에서 재계약을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강력한 에이스 투수를 원하는 한화로서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또한 투수진을 변칙적으로 운영하는 김 감독 스타일과도 조금 맞지 않아 보인다.
외국인 타자 제이크 폭스와는 결별이 예상된다. 시즌 막판 일발 장타 능력을 보였지만, 수비와 주루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5월 말 대체 선수로 KBO리그에 데뷔한 폭스는 4경기 만에 허벅지 부상으로 전력을 이탈했었다. 이후 3달간 재활기간을 거치면서 한화 팬들 사이에 '사이버 타자'로 불리기도 했다.
폭스는 올 시즌 타율2할7푼8리 30안타(7홈런) 25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9월과 10월에는 타율 2할9푼4리 20안타(5홈런) 18타점을 올리며 KBO리그에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타팀의 외국인 타자에 비하면 아쉬움이 크다.
외국인 타자라면 중심타선에서 활약하며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발 빠른 야수를 원하는 한화로서는 대부분 지명타자로 출전한 폭스를 잡을지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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