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당이 광주 동구와 북구의 선거구 통·폐합을 우려, 광주시의 선거구 축소를 반대하는 명분으로 대전의 증설을 내세웠기 때문.
광주 동구는 인구 10만을 겨우 넘는 수준으로 인구 하한선인 13만 8000여명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지만, 증설 대상인 대전 유성은 상한선인 27만 8945명보다 5만여명이 더 많은 33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애초부터 비교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광주시당은 지난 8일 낸 논평에서 “호남정치 1번지인 동구가 처한 현실은 호남정치 전체의 위기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규정한 뒤 “부산·울산·대전 등 광주시와 경쟁하는 타 광역시 단위의 의석 수는 그대로 유지되거나 확대되는 반면 광주만 의석 수가 축소될 경우, 지역차별이 노골화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시당은 또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광주시 의원 수 축소를 막기 위한 구간경계 조정방안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광주시당의 이런 주장은 터무니없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선거구 사이 인구편차를 2대 1을 유지토록 결정한 표의 등가성 원칙에 위배되는데 다가 되레 요건을 갖춘 다른 지역의 선거구 증설의 발목을 잡는 비정상적 행위이나 다름없는 이유다.
그동안 대전에서는 새누리당 의원들 위주로 광주에 비해 많은 인구에 견줘 두석이나 국회의원이 적다고 표의 등가성 문제를 제기했으나 새정치연합 측은 자당내 갈등으로 비춰질까 우려, 광주와의 직접적인 비교를 피해왔다.
광주 정치권도 호남을 줄여 충청을 늘리자는 것은 '새누리당의 패권적 발상'이라고 반박할 뿐, 정치개혁과 선거제도 개선을 통해 선거구를 조정하자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광주시당이 갑작스레 광주 동구의 축소를 반대하는 것은 또다른 목적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짙다. 바로 총선이다. 광주 동구는 최근 새정치연합에서 탈당한 무소속 박주선 의원의 지역구고, 북구는 새정치연합 강기정 의원과 같은당인 임내현 의원이 갑·을로 양분하고 있다.
그러나 광주 동구와 북구가 통·폐합될 경우, 획정 향배에 따라 박 의원과의 직접 대결 또는 새정치연합 의원 간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지난 4·29 재보궐선거에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광주 서구을)이 당선돼 광주내 신당바람이 심상치 않은 상태이며, 야권 일색 지역에서 현역 물갈이를 요구하는 응답자가 50%이상이나 된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는 상황에서 의석수 1개의 존재는 결코 야당에게 적잖은 비중이라는 해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광주 정치권이 대전의 선거구 증설을 빌미로 선거구 축소를 반대하는 것은 명분도 없고, 당내 갈등만 초래하는 등 실리도 없다”면서 “광주시당이 동구의 축소를 반대하는 것은 내년 총선에서 통·폐합으로 인한 불이익을 우려하는 측면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했다.
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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