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막같은 저수지 '망연자실' 계속된 가뭄으로 태안의 주요 저수지 중 하나인 송현저수지가 8일 바닥을 훤히 드러내고 있다. 태안군은 저수지 용량을 키우려고 준설작업을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
“이제 제한급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보령댐 물이 완전 바닥나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만 합니다.”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보령댐과 일부 지하수가 말라버린 충남 서북부 지역의 실제 제한급수가 시작된 8일 곳곳에서 갑자기 물이 나오지 않아 도민 불편이 잇따랐다.
서산시 인지면 둔당리의 산호옥마을 아파트는 오후 1시께 갑자기 물이 끊겼다. 이 아파트는 저수조에 물을 모아 각 가정으로 공급하는 시스템인데, 이 시간 저수조가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시에서는 이날부터 수도 밸브 20~30%를 닫아 공급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제한급수를 시작했다.
시 관계자는 “수압이 낮아져 저수조 물 충전 시간이 평소 1시간대에서 3~4시간으로 늘어난 상태에서 물을 평소처럼 쓰다보면 충전이 공급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저수조 활용 공동주택의 경우 아파트 자체 절약 대책을 세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시는 서산종합운동장 내 수영장 운영도 이미 중단했다.
홍성군 충남도청사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청내 샤워장 단수를 실시한다. 이를 몰랐던 한 남성은 낮 12시께 샤워를 하다 물이 끊기는 상황을 겪었다. 단수시간 수도관에 남았던 물이 나오다 만 것이다.
보령시 미산면의 한 마을은 가뭄에 지하수가 말라 하루 몇 시간 정도만 제한적으로 물을 사용하는 실정이다.
금강줄기 부여보의 물을 보령댐으로 끌어오는 공사가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어떻게 물을 아끼며 버텨야 할 지 도민들은 막막하다.
이런 상황에서 도와 K-water 등 행정당국은 엇박자를 내면서 주민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령댐에서 각 지자체에 물을 공급하는 광역상수도 밸브를 20% 닫는지 안 닫는지에 대해 10여일째 실랑이만 하다 결국엔 협의도 없이 K-water가 '시·군 공급량은 그대로'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주민들로 하여금 제한급수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샀다.
이에 대해 K-water 측은 “중앙정부 회의에서 도와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라고 맞받아쳤다.
일부 시·군 역시 애초 예정한 단수를 돌연 철회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 행정불신을 자초하기도 했다.
홍성군은 읍·면에 대한 격일제 12시간 단수를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돌연 계획을 철회했다.
군은 “구역을 나눈 홀짝제 단수를 폐지하고 수압을 낮추는 방식으로 24시간 동안 전 구역에 물을 공급한다”고 말을 바꿨다.
군민 A씨는 “가뭄 대처 과정에서 행정기관 입장이 수시로 바뀌다 보니 도대체 언제 물이 나온다는 것인지, 안 나온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안희정 지사는 가뭄 총력 대응 의지를 재확인했다.
안 지사는 이날 도청에서 열린 '행복한 직원 만남의 날'을 통해 “가뭄 문제에 대한 최종 책임자는 충남도로 절대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미루지 말자”며 “대체수원 개발 등 가뭄 극복을 위해 도정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 봄까지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는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자”고 강조했다.
내포=강제일·유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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