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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은 지난겨울 김응용 감독의 후임으로 현장에 복귀하면서 화제가 됐다. 최하위 팀이던 한화는 땀과 흙으로 범벅되는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올 시즌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한화는 전반기 김 감독 특유의 '내일이 없는 야구'로 경기 마지막 순간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어떤 팀을 만나도 끈질긴 승부를 펼치면서 전반기 27번의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지난해까지 무기력하게 무너지던 한화 야구는 그렇게 달라졌다.
한화는 전반기 44승40패 5위를 기록하며 '가을야구' 진출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한화는 후반기 급격히 추락했다. 매 경기 총력전을 펼친 영향으로 주력선수들이 부상과 체력저하로 부진을 겪었다. 후반기 한화는 10개 구단 중 최하위인 24승36패를 기록했다. 한화는 막판 5위 경쟁팀들의 부진으로 마지막 경기까지 '가을야구'의 꿈을 이어갔지만 최종적으로 6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김성근 감독은 '일구이무(一球二無)'로 대변되는 뚜렷한 야구 철학을 갖고 있다. 김 감독은 SK를 비롯해 쌍방울 등 가는 팀마다 부임 첫해 포스트 시즌에 진출시키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포스트 시즌 진출 문턱에서 실패를 맛봤다. 한화는 불꽃 투혼을 발휘하며 패배 의식을 지워냈지만, 더불어 선수 기용과 운영 방식 등 '김성근의 야구'에 물음표를 제기하는 팬들이 늘어났다. 김 감독이 본인의 방식과 판단만을 지나치게 고집하면서 나타난 결과였다.
권혁과 박정진, 윤규진 등 전반기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들은 끊임없이 혹사 논란에 시달렸고, 실제로 후반기 중요한 순간에 구위가 저하되거나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권혁은 전반기 50경기에 나서 평균자책점 4.01을 기록했지만, 후반기에는 2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07로 부진했다. 박정진은 전반기 55경기에서 70.2이닝을 소화했지만 후반기에는 부상으로 21경기에서 25.1이닝만을 던지는데 그쳤다.
경기 중 실책을 범하는 선수는 곧바로 교체됐다. 선발 투수도 점수 차가 벌어지면 가차없이 마운드를 내려왔다. 한화는 3실점 이하 선발투수가 6회를 마치기 전 교체되는 '퀵후크'가 69차례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선수로서는 경기 안에서 만회할 수 기회조차 얻지 못하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경기 전후에는 특별타격훈련과 펑고를 받았다. 시즌 내내 스프링캠프를 방불케 선수단을 운영했다. 선수들은 체력적이나 정신적으로 피로감을 보였다.
또한 희생번트 등 한점 야구를 추구했다.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는 타고투저의 시대를 보냈다. 5점차가 뒤집히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현대야구의 흐름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시행착오를 거쳤다. 매 경기 총력전을 펼치다 보니 유망주보다는 주축 의존도가 높은 운영을 펼쳤다. 유망주들은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제대로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2군 경기에 나서 경험을 쌓기보다는 1군 언저리만 맴돌았다.
몇 년 동안 최하위에 맴돌던 팀을 일정수준으로 끌어올리며, 패배의식을 떨쳐낸 김성근 감독의 지도력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야구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서로 존중하고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한 선수들의 프로의식, 구단의 철학을 담은 프런트와 선수단 간의 유기적 관계, 보직의 분업화, 장기적 육성 시스템 운영 등은 현대 야구에서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한화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부분을 인정하고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또한 현재 한화 프런트와 코치진에는 김 감독에 직언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감독을 견제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2015년 시즌 한화는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할 수 있다'는 의지를 확인하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따라서 2016년 시즌은 김성근 감독의 지도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진정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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