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읽기]버려야 할 것과 찾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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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책읽기]버려야 할 것과 찾아야 할 것

  • 승인 2015-10-08 14:08
  • 신문게재 2015-10-09 12면
  • 서성민 한밭도서관 사서서성민 한밭도서관 사서
[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

▲ 서성민 한밭도서관 사서
▲ 서성민 한밭도서관 사서
요즘 방송이나 언론을 보면 우리나라 경제가 어렵다고 합니다. 서민들은 더욱 살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국가별 행복지수는 항상 최하위권에 머물러있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40대 후반인 제가 어릴 때 과자나 고기를 먹는 것은 연중 행사였고, 방 1칸에 여러 형제가 같이 잠을 잤습니다. 그런 저의 모습이 그 당시 우리 사회의 일반적 모습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떠한가요. 그때에 비하면 우리는 매우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들 힘들다고 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상대적 빈곤을 그 이유로 듭니다. 수긍이 가기도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요. 상대적 빈곤이 원인이라면 우리는 영원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우리는 분명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왜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살만해'라고 하지 않고 여전히 힘들다고 하는지 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핵심적 관심인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혀준 책이 있습니다.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입니다. 에리히 프롬은 책 속에서 인간 성격의 두 가지 기본 성향인 이기심과 이타심을 집중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이기심에 뿌리를 둔 소유 지향적 삶과 이타심과 동행하는 존재 지향적 삶을 분석하고 비교한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물질적으로 잘 살게 되었지만 왜 행복감은 그 만큼 커지지 않았는지 수긍하게 됩니다.

소유냐 존재냐
소유냐 존재냐
결론적으로 우리는 소유의 욕망 즉 경제적, 물질적 발전에 대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하였지만, 그에 비해 존재의 요소 즉 자유, 주체, 창조성 및 사랑이나 배려와 같은 가치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적게 둔 결과로 풍요 속에 빈곤을 맞이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소유와 존재에 대해 개념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유 지향 인간은 돈, 명예, 권력에의 탐욕이 삶의 지배적인 주체가 되어버린 사람을 말합니다. 육체적, 물질적 대상에 대해 끊임없이 욕망을 추구합니다. 이들은 남들과 비교해 자신이 우월하다는 데에서, 힘을 지니고 있다는 의식에서 행복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소유는 영원히 만족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소유는 쓸수록 줄어드는 특성이 있습니다.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계속 늘리려고 집착합니다. 결국 소유 지향적 사람들은 욕망, 탐욕의 주체가 아니라, 탐욕의 노예가 되어버리게 됩니다. 탐욕은 어찌 보면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에 집착할 때 그것들이 우리의 자유를 구속하는 족쇄가 되기 때문에 나쁜 것으로 분류해야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존재 지향 인간은 자유롭고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인간을 의미합니다. 자유로운 인간은 소유 욕망으로부터 벗어난 상태를 말합니다. 주체적인 인간은 자신의 판단과 행동을 외부에 의존하지 않는 존재입니다. 창조적인 인간은 기존의 사상이나 관습에 대해 무비판적인 답습을 거부하는 사람입니다. 존재 지향 사람들은 사랑, 나눔, 배려나 인간적인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존재의 욕망은 무한 추구가 가능합니다. 존재는 추구할수록 줄어들지 않고 늘어나게 됩니다. 사랑은 아무리 나누어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간디나 슈바이처는 존재적 삶을 살아간 대표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일반적 상황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입니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들어가서 당신은 “주체적인가, 그렇지 않은가?”라고 물으면 대부분이 자신은 자유롭고 주체적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진실로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책 속에서 지적하는 바를 마음 속에 새겨야 합니다. “대다수의 개인은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온갖 사건과 현상들에 대해서 그때그때 자기 판단에 따라서 대처하고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자신이 지닌 세계관이 당사자에게는 단지 자명하게 여겨질 뿐이라는 점을 우리는 쉽게 입증해 보일 수 있다. 그의 눈에는 바로 그 세계관만이 유일무이하게 합리적인 것으로 비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모든 관념이 일반적으로 수용된 좌표계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한다. 어떤 종류의 인간은 자기와 근본적으로 다른 인생관에 맞닥뜨리면 미쳤다거나 불합리하다거나 유치하다고 못 박으면서 여전히 자기 견해만 합리적 이라고 여긴다” 바로 이 울타리를 우리는 무너뜨리고 넘어서야 합니다.

이 책은 개인의 심리와 사회 구조에 대한 분석서이면서 철학적 사유의 향기를 담고 있습니다. 1976년에 발표된 이 후 꾸준히 출판되고 읽혀진다는 것은 여전히 보편성과 공감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비록 재미있는 책은 아니지만, 천천히 꼼꼼히 읽으신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수준과 깊이 있는 사고의 폭을 넓혀 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서성민 한밭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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