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작업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충청권 선거구 증설이 오리무중에 빠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위원회(이하 획정위)가 제20대 총선에 적용할 지역구 수를 결정하고자 지난 2일 밤늦게까지 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것.
지역구 수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조금 늘린 수준에서 결정할 경우, 농어촌 지역구가 줄어드는 것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두고 획정위원들간 이견이 첨예했던 탓으로 알려졌다.
획정위가 차기 회의 일정도 잡지 못한 것도 이 방증으로 간주되고 있다.
김금옥 획정위원은 이날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지역구 수 244~249개 범위에서 시뮬레이션을 했지만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인구 편차 2대 1 기준을 준수하는 동시에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현재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역구 수를 현행 수준에 유지할 경우, 도시 지역이 9석 늘어나는 대신 농어촌 지역이 9석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249석으로 늘려도 농어촌 선거구는 7~8석 정도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획정위가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을 확보키 위해 시·군·구 분할을 금지하는 현행법의 예외를 존속 및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획정위는 이번 국회에서 예외를 인정한 전례를 고려, 농어촌 의석을 조금이나마 늘려보는 차원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지역 안팎에서는 증설 대상인 대전 유성과 천안조차도 분구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산의 경우, 증설 여건은 갖췄지만, 경쟁하는 다른 시·군에 비해 큰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기를 노려야 한다는 시각이 함께 존재한다.
앞서 지난 선거에서 천안은 선거구 증설 요건을 충족하고도 게리맨더링이라는 인위적인 분할에 증설되지 못한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지역 의원들이 당초 유성구 증설만은 어떤 시나리오에서든 가능하다고 했다가 단정지을 수만은 없다는 자세로 뒷걸음치는 양상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획정위에게 획정 기준과 의원정수를 정해줘야할 정치권은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농어촌 의원들은 지난 1일 국회에서 농어촌 지역 선거 축소에 반대하며 농어촌 특별선거구 설치를 요구하는 농성에 돌입한 데 이어 획정위가 예고한 발표일인 2일에는 획정안 발표 연기 및 여야 대표 간 담판을 촉구키도 했다. 이들은 6일 오후 지역구 주민들과 함께 국회 밖에서 농어촌 의석수 보장을 위한 집회도 열 예정이다.
그러나 시간과 관계없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이 낮기에 여야는 사실상 획정위에 일임했었다. 하지만 불이익이 우려된다는 농어촌 의원들의 반발에 다시 정치권이 개입한 양상이다.
다만, 획정위에 전해줘야할 선거구 획정 기준과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석수 등의 의원정수 자체에 대한 논의의 물꼬를 트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당장 특위내 충청권 의원들 간에도 이견이 엄연히 존재한다.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증평·진천·괴산·음성)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농촌 국회의원이 줄어들면 누가 농촌 예산을 챙기고 누가 농업, 농민의 어려움을 대변하겠느냐”면서 “농촌은 더 못살고 더 황폐화되어 갈 것이다.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농촌의 선거구는 최소한 현행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농어촌 의원들의 농성장을 찾아 그 대열에 참여키도 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박범계 의원(대전 서을)은 농어촌 특별 선거구 설치 주장은 위헌 소지가 크고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퇴색시킬 우려가 있다고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는 특위내에서도 충청권 선거구 증설과 통폐합 조정에 대해 단일화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의미다.
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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