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여식 현장 취재 후 성심당 본점에서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천주교 대전교구 유흥식 라자로 주교, 대전교구 총대리 김종수 주교,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과 임영진 대표의 가족, 친지들이 참석한 가운데 훈장 수여를 축하하는 만찬 자리에 참석해 임영진 대표와의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편안하고 인자한 성품의 임 대표 모습에서 선한 목자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빵을 만들어 세상을 밝게 바꾸는 임영진 대표의 삶이 동글동글한 그의 얼굴과 둥그런 그의 안경테를 넘어 순백색으로 미소짓는 순한 눈매 사이로 전해져오는 듯 했다.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으로 시작된 성심당은 60년의 긴 여정끝에 명실공히 세계적인 빵집으로 우뚝 섰다. 이에 가톨릭 나눔실천을 모토로 소외계층 돕기에 앞장서온 임영진 대표로부터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기사 훈장을 받은 소감과 살아온 지난날의 이야기, 앞으로의 삶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임 대표님, 드러나지 않는 기부와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통해 교회와 사회에 공헌한 공로로 교황청으로부터 일반 평신도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훈장인 성 대 그리고리오 교황 기사 훈장을 받으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신지요.
▲너무나 영광스러운 자리여서 울컥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좋은 세상으로 바꾸기 원하시는데 봉사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기회를 주시는 것 같습니다. 배고픈 이웃에게 빵을 주셨던 선친의 정신을 이어받아 주님의 정신을 실천할 수 있는 영광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영광의 훈장 수여를 계기로 저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해주셨던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더욱 더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손님을 맞을때마다 늘 메뉴를 짜고 테이블 세팅을 해주는 아내(김미진 성심당 이사)와 케터링(파티플래너)을 해주는 큰딸과 귀여운 둘째딸, 제 뒤를 이어 빵 연구에 열심인 아들 등 가족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큰 영광이자 기쁨입니다. 주님의 크신 은총에 감사드립니다.
-대표님, 대전 최고를 떠나 전국적으로 유명한 성심당 스토리를 들려주시지요. 요즘은 중국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해 찾아온다고 들었습니다.
▲중국의 재벌 그룹 제과업체에서 60년째 가업을 잇고 있는 저희 성심당을 벤치마킹하겠다고 찾아왔습니다. 저는 평상시에 출퇴근을 할 때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데요. 중국 손님들을 맞던 이 날도 제가 오토바이를 타고 마중을 갔더니 성심당 오너가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나와 맞아줬다고 감동을 하더군요. 중국에서는 매년 400명에서 500명 정도가 성심당의 경영 이념을 듣기 위해 찾아오는데요. 성심당 스토리를 들으면서 진한 우정을 나누고 갑니다.
저는 매년 중국에서 제빵사업과 기업가 정신을 배우고 벤치마킹을 위해 찾아오는 제빵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선한 의지를 갖고 삶을 살아갈 마음이 있는가? '하고 묻죠.
저는 성심당이 좋은 사례가 됐으면 합니다. 성심당이 대전 명물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나눔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국 제빵사들에게 나누는 기업이 성공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한 곳과 작지만 이웃을 생각하는 빵집이 있습니다. 당신은 어느 곳 빵을 드시고 싶으신가요?'라고 묻죠.
지난해 전 국민을 울렸던 영화 '국제시장'에서 흥남부두가 나오잖습니까. 제 아버님 임길순 안브로시오님이 흥남부두를 통해 월남하신 분인데요. 빵을 넉넉히 만들어 굶주린 이웃에게 나눠주셨습니다. 그날 만든 빵중 팔다 남은 빵은 고아원, 양로원으로 모두 보내셨죠. 그게 오늘날까지 성심당이 인심을 잃지 않고 살아남은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님은 1997년 미수를 맞으신 88세에 작고하셨는데요. 가톨릭대상을 받으신 분입니다.
-대표님의 경영 이념이 '무지개 프로젝트'라고 들었습니다. 성심당의 무지개 프로젝트는 뭔지요.
▲올해는 무지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실천해 사랑으로 무지개를 띄우는 한해가 되려고 노력중입니다. 무지개 프로젝트에 대해 잠깐 설명드리자면 일곱빛깔 무지개색중 빨간색이 상징하는 것은 돈입니다. 주황색은 정체성이죠.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빵을 만들고 서로 사랑하자는 의미입니다. 노란색은 법을 지키자는 의미입니다. 초록색은 건강을 의미합니다. 좋은 재료를 써서 소비자들의 건강을 지켜주자는 의미입니다. 파란색은 환경입니다.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자는 의미죠. 남색은 공부하는 자세로 전문가가 되자는 의미입니다. 보라색은 공유의 의미입니다.
-임 대표님은 '포콜라레' 한국 회장님을 맡고 계신데요. 오늘 기사 훈장 수여식에도 전국에서 포콜라레 회원들이 많이 오셔서 대표님을 축하해주시더군요. 포콜라레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고, 어떤 활동을 하는 단체인지요.
▲저는 제 아내와 함께 '포콜라레(Focolare,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사회 속에서 사랑의 일치를 이룰 수 있도록 활동하는 평신도 사도직 단체) 운동'의 한국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나눔과 공유의 정신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젊어서부터 '포콜라레(Focolare·벽난로)' 운동에 심취했습니다. 포콜라레 운동을 통해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와 각종 장학재단 후원 활동 등을 하고 있는데요. 포콜라레(Focolare)는 이탈리아어로 '벽난로'란 의미입니다. 벽난로처럼 따뜻한 사람이 되자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1943년 당시 23세였던 이탈리아 여인 끼아라 루빅이 2차대전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보고 실질적으로 이웃을 돕고 하느님의 사랑을 나누자고 시작한 사랑과 일치의 운동입니다. 균형잡인 신앙생활, 균형잡힌 기업, 균형잡힌 가정 생활을 하는게 포콜라레의 삶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삶의 현장 곳곳에서 실천해보자는 의미에서 이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님은 지속적인 기부와 헌신적인 봉사로 주변으로부터 존경을 받으시면서 모범적인 경영 활동과 함께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의 삶을 살아오셨는데요. 요셉이라는 세례명을 갖고 계시지요?
▲예, 제 인생의 멘토이자 롤모델이신 제 아버님께서 지어주신 세례명입니다. 예수님의 아버지가 요셉이니까 저도 요셉처럼 살아야된다는 숙명을 갖고 있습니다(하하하). 지난해 교황님이 오셨을 때 성심당에서 빵을 제공해드렸는데요. 저에게 영예스런 기사훈장을 주신 것은 교황님의 좋은 메시지들을 앞장서서 잘 실천하고 이루게 하시려는 뜻 같습니다.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라'는 로마서 12장 17절의 성경구절을 저희 성심당의 사훈과 경영이념으로 삼고 있는데요. 수십년째 전국의 고아원과 양로원, 교도소 등에 무료로 빵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이런 성경구절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서입니다. 선친의 뜻을 이어받는 의미도 있지요. 제 아버님이 1956년 설립한 성심당을 1981년 이어받아 대전에서 제일 유명한 전국적인 빵집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빵을 통해 이웃과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베풂을 실천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표님의 어린 시절과 젊은시절을 잠깐 소개해주실까요?
▲예. 저는 1954년 대전에서 독실한 가톨릭 집안의 장남으로 출생했습니다. 삼성초, 한밭중, 충남고와 충남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했지요. 대학을 졸업하고 공군 대위로 제대 후 한남대 미술대학을 나와 대성고에서 교생 실습중이던 논산여상 이사장 집안 아내를 만나 결혼해 1남2녀를 두었습니다. 군 제대 후 아버님의 가업을 이어받아 성심당 대표가 된 뒤 튀김소보로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해 히트상품을 만들게 됐지요.
아버님이 처음 성심당을 연 장소는 대전역전 앞이었는데요. 고향이 함흥인 제 선친은 1·4후퇴 때 피란 내려와 대전역 앞에서 찐빵집을 열었던 1956년부터 그날 못 판 찐빵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그냥 무료로 나눠주셨습니다.
아버님은 전쟁통에 피란 못 나왔으면 죽었을지 모른다고 하시면서 하느님이 목숨만 살려주시면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겠다는 약속을 하셨다더군요. 덤으로 사는 삶인데 봉사하면서 살겠다고 결심한 아버님은 전쟁통이라 판잣집에 살면서 갚아야 할 빚도 있는 형편에 밀가루나 설탕 살 돈을 들고 나가 이웃들에게 담요나 옷가지도 사주고, 장례식을 못 치른 사람에게는 염(殮)도 해주셨습니다. 하느님과의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아버님은 전란 후 모두가 어렵고 힘들게 살던 시절 굶주리는 이웃을 위해 빵을 만들어 나눠주셨던 겁니다. 인간에 대한 형제애를 실천하시는 예수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 빵집 이름도 성인을 뜻하는 세인트에서 따온 성심당이 된거지요. 성심당은 상권의 변화에 따라 목척교를 건너 지금의 은행동으로 이전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성심당이 지금까지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믿음과 사랑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님의 경영 마인드와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모든이가 다 좋게 여기는일을 하도록 하십시오' 라는 로마서 12장 17절의 한 구절이자 성심당의 사훈을 바탕으로 '맛있는 빵', '경이로운 빵', '생명의 빵' 을 통해 사랑의 문화를 이루어나가자는 경영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고객, 직원, 거래처, 경쟁회사 등 사업차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자는 의미입니다. 이를 위해 만드는 빵은 당연히 맛있고 경이롭고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생명의 빵이 될 것입니다.
2005년 성심당 앞 건물 화재 사건도 있었고 여러 굴곡의 터널을 지나왔지만 튀김소보로와 부추빵 등이 대히트를 치면서 은행동 본점 외에 롯데백화점 지하, 대전역 점 등 세 곳 모두 전국적으로 찾아주시는 손님들이 많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금까지 성심당을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성심당은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맛있는 빵을 만들겠습니다. 고객분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빵은 저희 성심당의 영원한 사명이자 의무이기도 합니다. 성심당은 앞으로도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안할겁니다. 세상을 따뜻하게 바꾸는 일을 위해 사랑의 경영을 실천하며 살겠습니다.
대담·정리= 한성일 취재3부장(부국장)
사진=이성희 기자
●성심당은…
임영진 대표의 선친 고 임길순씨가 1·4후퇴 때 함경도 흥남에서 피난해 1956년 대전역 앞에서 문을 연 찐빵가게가 성심당의 시작이다.
본점은 1970년에 대전역에서 1km 떨어진 대전시 은행동 골목으로 옮겼다. 길 건너편 대흥동 주교좌 성당의 종소리를 가까이서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더없는 푸근함을 느꼈던 임길순씨에게는 자손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며 성장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행복이요, 만족이었다.
선친의 뒤를 이어 81년 성심당 대표가 된 임영진 대표는 2011년 대전롯데백화점 지하매장에 2호점을 냈고 이어 대전역에 3호점을 냈다. 성심당은 단일 제과점으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400여 종류 이상의 빵을 만들고 있다. 시식할 수 있는 빵 조각이 크고, 빵을 끊임없이 내놓는 것도 성심당만의 특징이다. 성심당 맞은편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쉬는 시간이면 우르르 몰려와 시식만 해도 배를 채울 정도로 인심이 좋다.
상호인 성심당은 '거룩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빵을 굽는다'는 뜻이다. 1981년 임길순씨가 세상을 떠나자 장남인 임영진 대표가 가업과 선친의 유지를 이어받은 뒤 매일 400~500개의 빵을 아동센터와 노인병원·외국인노동자센터, 고아원, 양로원 등 각종 복지단체 등에 제공하고 있다.
성심당은 다른 제과점과는 경쟁이 아닌 함께 가는 공유의 길을 택했다. 오늘의 성심당을 있게 한 나름대로의 경영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성심당은 2013년 12월 전국 최초로 케이크 전문점에서 케이크와 디저트 종류·음료를 판매하는 디저트 카페 케이크 부띠끄를 선보였다. 통상 빵집에서 케이크를 산다는 상식을 넘어 빵집에서는 빵, 케이크매장에서는 케이크와 초콜릿을 판매하는 전문점으로 분리했다.
이것이 부산 비엔씨, 군산 이성당과 함께 성심당이 전국 3대 유명 제과업소로 자리를 잡는 기폭제가 됐다. 향토기업으로 성장한 성심당은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가치있는 기업'이 되고자 팔다 남은 빵을 통한 소외계층의 나눔 실천외에 현재는 장학기금, 코레일 복지, 아프리카 후원 등 봉사활동의 영역도 점차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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