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파다 나왔어~ 싸게 줄게” 알고보니 3천원짜리 가짜금괴

대전경찰, 사기미수 혐의 중국인 4명 검거

▲ 대전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3000원짜리 공예품을 2억원대의 금괴로 속여 판매하려 한 혐의로 중국인 사모(45)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관계자가 이들이 범행에 사용한 가짜 금괴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중국인 사모(45)씨와 양모(46)씨는 지난 8월 10일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범행 대상을 찾는 일에 몰두했다. 미리 입수한 한국 거주 화교 상인회 명단 중 영업기간과 규모 등을 고려해 이들이 정한 범행 대상은 대전 유성구 봉명동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화교 A(52)씨였다.

이들은 23일 A씨를 찾아가 자신들을 '인천 건설현장서 일하는 굴착기 기사'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말굽 모양으로 된 가짜 금원보 10개를 보여주며 “땅 파는 공사 중 항아리 속에서 금원보와 금불상을 발견했다”고 거짓으로 미끼를 던졌다. 이들은 A씨가 보는 앞에서 “진위여부를 감정해 보라”며 쇠톱으로 금괴 일부를 자르는 척하며 미리 준비해 간 순금 조각을 건넸다. 또 항아리서 함께 발견된 것이라며 옛날 화폐와 가짜 유서를 A씨에게 보여줬다. 이들은 “금원보 120개와 금불상 6개가 더 있는데 모두 2억4000만원에 팔겠다”고 흥정을 시도했다.

하지만 A씨는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현금이 없으니 나흘 후에 다시 만나 거래하자”고 제의했다. 약속 당일 일당은 A씨에게 현금을 갖고 인천으로 오라고 했고 A씨가 거절하자 거래가 중단되는 듯했다.

그러다 지난달 21일 나머지 일당인 고모(29·여)씨와 종모(37)씨를 비롯한 4명이 다시 대전 중식당에 찾아가 거래를 요구했으나 A씨가 끝내 “사지 않겠다”고 하면서 이들의 계획은 물거품됐다.

A씨는 이들이 다녀간 첫날 경찰에 신고했고, 21일 일당이 대전 중식당에 재차 방문했을 때는 이미 경찰이 현장에 잠복하고 있었다. 일당은 가짜 금괴 거래에 실패하고 중식당에서 나와 차에 타려는 순간 대전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소지하던 가짜 금원보와 불상, 국내 거주 화교 명단 등은 압수됐다. 가짜 금원보는 중국 장례식에서 고인과 같이 묻는 부장품으로 구리·아연 합금으로 개당 3000원짜리였다. 대전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일당 4명을 사기미수 혐의로 구속했다.

임효인 기자 hyo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