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30일 대전 한국타이어 물류창고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66억원의 재산피해를 경험하고도 소방법상 래크식 자동창고에 대한 소방설비 기준은 하나도 정비되지 않았다. 앞서 대전에서는 같은 해 4월 아모레퍼시픽의 또다른 래크식 물류창고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한 바 있고, 10월에는 경기도 군포 물류창고 화재 역시 래크식 창고였으며, 지난 5월 경기도 김포의 제일모직 창고 화재 역시 래크식 창고였다.
대전에서 두 차례 래크식 자동창고의 화재에서 현재 소방법상의 소방설비에서는 적층식으로 물건이 쌓인 창고에 불을 진화할 수 없다는 게 확인되기도 했다.
창고 내에 여러 층의 선반을 설치해 승강기 또는 크레인 등을 통해 물품을 쌓는 래크식 창고에 화재가 발생하면 쉽게 확산되고 천장 스프링클러에서 뿌린 물이 조밀하게 쌓인 물건 때문에 불꽃에 닿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같은 문제가 수차례 래크식 창고화재에서 확인됐으나, 물류창고는 여전히 특수가연물질을 보관했는지의 2단계로 분류될 뿐 래크식창고에 대한 화재위험등급은 분류되지 않고 있다.
화재 발생 시 초기 진화에 중요한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도 높이 4m 또는 6m, 수평거리 1.7m 또는 2.5m로 획일화됐고, 냉동창고는 소방시설의 설치가 제외되고 천정이 높아 연기를 감지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부분도 제도정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운형 경민대 소방안전과리과 교수는 보고서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해도 팔레트와 쌓인 물품때문에 유효 방재를 기대하기 어렵고 래크식 창고의 화재위험등급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대전에서 잇단 물류창고 대형화재와 산업단지 화학사고 때문에 대덕특구와 산단에 소방수요가 급증해 소방서 신설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으나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대전에서 발생한 화재로 6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이중 23%인 사상자 16명이 산단 내 문평·대화 두 119안전센터 관할에서 발생했고 재산피해도 대전 전체 337억 중 305억원이 앞서 두 119안전센터에서 나온 것이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산업단지를 비롯해 인구가 많이 늘어난 구즉·관평동 일원에 소방수요가 급증해 대덕특구 소방관서 신설에 예산확보를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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