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충격흡수시설…모래 절반도 안채운 곳 허다

차량 충격완화 용도 '유명무실' …방호울타리도 설치규정 안지켜

▲대전 유성구 유성지하차도 입구에 충격흡수시설이 파손된 채 방치돼 있다. <왼쪽사진> 도로 위 충격흡수시설물이 쓰레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지난 18일 새벽 4시 50분께 대전 유성구 화암네거리 인근의 유성대로에서 도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로 30대 여성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 차량은 도로 중앙분리대와 충돌해 심하게 파손됐고, 울타리 끝부분이 차량을 관통하는 사고였다.

중앙분리대에 차량 충격을 완화하도록 세워둔 충격흡수시설은 모래를 절반만 채운 채 비어 있었고, 울타리 끝부분의 마감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주행차로를 벗어난 차량이 도로상의 구조물과 충돌할 때 충격을 완화하는 충격흡수시설이 상당수 부실하게 설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충격흡수시설 내에 모래를 절반도 채우지 않거나 흡수재 대신 쓰레기가 담긴 곳도 있으며, 시설에 대한 성능등급 표기도 전혀 없는 상태다.

21일 대전 서구 한밭대로의 중앙화단 시작 부분에 세워진 노란색 플라스틱 시설물은 쓰레기통을 연상시켰다. 뚜껑 속에는 포대에 담긴 일부 모래와 함께 여러 쓰레기가 담겨 있었고 노란 플라스틱 시설물의 절반도 채워지지 않았다.

도로 위 노란색 충격흡수시설에 차량이 충돌했을 때 충격을 완화할 흡수재가 시설물의 절반도 채워지지 않은 상황은 유성 월드컵지하차도, 대덕구 계족로, 중구 서대전육교 등에서 확인됐다.

교각이나 지하차도 분기지점, 요금소 등에서 흡수재가 절반밖에 채워지지 않은 충격흡수시설이 운전자와 시설물을 보호하는 제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자동차 속도에 따라 충격흡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등급이 구분돼 있으나 대전에서는 도로의 최고속도나 구조 등이 반영되지 않은 실정이다. 더욱이 유성지하차도처럼 차량 충격흡수시설이 파손된 채 방치되거나 서대전육교처럼 있어야 할 곳에 흡수시설 없이 콘크리트구조물이 세워진 곳도 수개월째 방치되는 실정이다.

도로 중앙분리대처럼 방호울타리는 시설물 끝 지점을 둥글게 마감하도록 국토교통부 '도로안전시설 설치·관리 지침'에 규정하고 있으나, 유성 충렬사 사거리 방향의 도로 중앙분리대는 날카롭게 세워진 상태다.

대전시 관계자는 “도로 위 충격흡수시설에 대해 어떻게 시설해야 완전한 설치인지 검토 후 현장을 점검할 계획”이라며 “도로 특성에 맞게 성능등급을 준수했는지 역시 파악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