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초반 팀의 막내 김민우가 선발(20)로 나서 6.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4-0으로 앞섰지만, 구원등판한 배영수, 권혁이 연이어 실점하며 한점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송은범이 9회말 세 타자를 처리하며 승리를 확정 짓는 순간 더그아웃의 김민우는 그제야 함박웃음을 지었다.
프로 데뷔 32경기, 선발 5경기 만에 거둔 감격의 프로 첫 승이었다.
김민우는 입단 당시부터 한화 팬들의 큰 기대를 받았다.
고교시절 '우완 류현진'으로 불린 김민우는 용마고를 졸업하고 2015년 2차 1번 전체 1순위로 한화의 유니폼을 입었다. 189cm 105kg 완벽한 하드웨어에서 묵직한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고교야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입단 이후 전반기에서는 쓴맛을 봤다. 전반기 18경기에 나와 승리 없이 1패만 안으며 평균자책점이 6.75에 그쳤다. 그러나 후반기 14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하며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민우는 '자신감'을 꼽았다. 그는 “프로에 데뷔했을 때는 모든 게 신기했다. 지금은 적응된 것 같다. 편안한 마음도 생기고, 관중이 많아도 긴장감이 들지 않는다”면서 “커브라는 확실한 구종이 생기니까 자신감이 더 붙더라. 승부할 수 있는 구질이 있으니까 확실히 타자와 승부하는데 편해졌다”고 밝혔다.
최근 김민우는 100km/h대의 낙차 큰 커브를 자주 구사한다. 커브가 좋아지면서 140km/h중반대 직구의 위력도 배가 됐다.
김민우는 박찬호 열성팬인 큰아버지 덕에 초등학교 2학년 때 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그는 “큰아버지는 새벽에 박찬호 경기를 모두 챙겨볼 정도로 열성적인 팬이었다”면서 “딸만 둘이어서 저희 아버지에게 야구를 시켜보라고 권했다. 당시 우리 가족은 야구가 뭔지도 몰랐었다”고 회상했다.
김민우는 고교 2학년 시절 팔꿈치 수술로 1년을 유급했다. 처음에는 속상한 마음이 컸는데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구속이 몰라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수술 전에는 136km/h가 최고 구속이었다”면서 “수술 후 첫 정식경기에서 공을 던지고 전광판을 봤는데 147km/h가 찍히더라. 짜릿했다. 그때부터 모든 게 잘됐다”고 밝혔다.
고교시절 김민우는 오승환(한신)이 롤모델이었다. 위력적인 직구로 타자를 제압하던 오승환의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다.
그는 “오승환 선수처럼 힘으로 타자를 제압하는 게 좋았다. 하지만 프로에서 안 통하더라. 오승환은 오승환이더라(웃음)”라고 말했다.
김민우가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두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7월25일 삼성전에는 4.2이닝 1실점으로 노히트 역투를 펼쳤지만 승리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놓고 교체됐다.
8월26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구원 등판해 5이닝 1실점으로 팀이 역전하는데 기여했지만 9회말 동점을 허용하며 눈물을 삼켰다. 지난 2일 KIA전 역시 2-4로 뒤진 4회말부터 던져 4.2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했지만 역전까지는 이끌어내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김민우는 “하루하루 열심히 던져서 1승을 2승으로, 2승을 3승으로 늘려가고 싶다”면서 “앞으로 조금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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