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비 대지급, 고소득자도 안 갚아

대지급된 115억 중 7억원만 상환…미상환자 49.4% 건강보험 가입자

당장 돈이 없는 응급환자들을 위한 '응급의료비용 대지급제도'가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상환자 절반은 소득과 재산이 있는 건강보험가입자였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동익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응급의료비용 대지급 사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대지급된 응급의료비용은 총 115억원으로, 이 중 상환액은 7억원(6.5%)에 불과했다.

응급의료비용 대지급제도는 의료비용을 바로 지불할 수 없는 응급환자들을 위한 제도다. 비용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대신 지불한 뒤 나중에 환자에게 상환받는 구조다.

하지만 응급의료비용 대지급제도를 이용한 후 돈을 갚지 않은 사람들 중 대부분은 상환 능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상환자 2만9890명 가운데 1만3766명(49.4%)이 건강보험 가입자였다. 건강보험은 소득이나 재산이 있는 가입자에게 보험료가 부과되는 만큼, 이들은 일정한 재산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월 소득이 330만원 이상인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는 모두 226명이나 됐다. 실제 매월 건강보험료로 281만원을 내는 A씨는 2012년 한 대학병원에서 6만2290원의 응급의료비를 대불받았지만, 지금까지 비용을 갚지 않고 있다. A씨의 건강보험료를 소득으로 환산하면 월 4640만원의 소득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 의원은 “갚을 능력이 충분히 되면서 갚지 않는 사람들의 고의적 미상환 문제는 제도 운영의 지속성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한다”며 “응급의료비 대지급사업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국민 소득과 재산관련 자료가 있는 건강보험공단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