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중소전문건설업체들의 공사 물량을 확보해주기 위해 대전시가 하도급률 높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법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채 오히려 양날의 칼이라는 지적만 나오고 있다. 지역에서 공사에 나서는 타 지역 업체가 지역 업체를 이용하는 것에 힘을 실어줄 수 있지만 오히려 지역 업체가 타 지역에서 사업을 할 때엔 참여 제한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지난 6월 대전지역에서 시공이 진행되고 있는 연면적 5000㎡이상의 민간 대형건축공사장 28곳에 대한 하도급관리실태 점검 결과, 지난 2분기 동안에 지역 하도급률이 65.88%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동기 61.67% 였던 지역 하도급률에 비해 4.21%p 증가한 셈이다.
시는 지난 1월 지역 하도급률을 높이고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하도급관리 TF팀을 발족했다. 이후 대형 공사현장에 대해서는 지역 전문건설업체의 참여를 독려해오고 있다.
그동안 도안신도시를 비롯해 노은지구 등 개발에 타지역 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오히려 지역 업체의 참여를 외면하면서 '먹튀' 논란을 낳아온 게 사실이다.
지역에서 사업을 하면서 수십 조원에 달하는 사업비용이 타 지역으로 유출됐다는 데 지역민들은 허탈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렇다보니 하도급률 상향에 대해서 지역 전문건설업계와 시가 적극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지역사회의 시각이다.
하지만 지역 업체 하도급률을 높이기에는 여러 모로 한계가 뒤따른다.
지역 업체의 입장에서는 하도급률을 100%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 바랄 게 없다는 반응이다. 다만, 현실적인 부문에서 하도급률을 높이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건설업 구조적으로 주로 협력건설업체와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무조건 사업 현장에 소재지를 두고 있는 업체를 이용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한 타지역 건설사는 “그동안 사업을 해보지도 않았는데 매출액과 경영상태만 보고 일을 맡기는 것에 위험이 따른다”며 “오히려 대전이 다른 광역시도와 달리, 하도급률이 높은 편”이라고 불평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업체의 하도급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아 하도급 사안에 대해서는 원청업체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하도급은 타 지역으로 진출하려는 지역 업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을 함께 받기도 한다. 지역의 한 중견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타 지역에서 공사에 참여하는 기회가 많이 있다”면서 “다만, 타 지역에서도 지역하도급률을 높이기 위해 혈안이어서 타 지역 진출에 오히려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관리감독을 수시로 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오히려 지역 하도급율을 올리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주장하고 있다”며 “다만,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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