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노인학대 가해자 60% '가족'

지난해 대전 84·충남 193건 발생…65% 1년이상 지속

▲ 대전과 충남·북에서 노인보호전문기관(1577-1389)에 신고돼 노인학대로 확인된 사건만 지난해 443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연합DB

# 대전에 거주하는 A씨(79·여)씨는 지난해 1월 사업을 하겠다는 아들을 위해 자신 소유의 집을 담보로 돈을 아들에게 빌려줬다. 원금와 이자는 아들이 갚기로 했지만, 제때 갚지 않아 같은 해 7월 집이 경매로 넘어갔고, 새 집주인은 A씨에게 집을 비워 달라고 요구했다.

다른 자녀(4명)의 돌봄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갈 곳을 잃은 A씨는 대전시노인보호전문기관에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긴급복지생계지원을 받아 생활하게 됐지만, 정서·경제적 학대행위자인 아들과 딸에 대해서는 제재할 수 없었다.

대전과 충남·북에서 노인보호전문기관(1577-1389)에 신고돼 노인학대로 확인된 사건만 지난해 443건에 이르고 학대행위는 주로 배우자, 아들 등 가족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노인학대가 일회성에 그친 경우는 전체의 7.5%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학대(65.7%)가 1년 이상 지속된다는 점에서 노인학대를 처벌해야 할 범죄로 인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대전과 충남·북에서 발생한 지난해 노인 학대 사건은 모두 433건으로 이중 60.6%는 아들과 딸 등의 가족이 가해자였다.

대전에서 지난해 84건의 노인학대가 확인됐고, 충남 193건, 충북 166건의 노인학대가 벌어져 피해노인이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상담과 보호를 받았다.

학대의 유형은 위협이나 모욕을 주고 보살피지 않는 정서적 학대(37.6%), 신체적 학대(24.7%), 방임(17%), 경제적 학대(9%) 순으로 발생했다

더욱이 대전에서 학대받은 노인 중 85.7%가 여성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국 여성 학대 피해율 평균 70.2%를 크게 웃돌아 전국에서 여성 노인학대가 가장 잦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노인학대 중 65.6%가 1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노인학대를 처벌해야 할 범죄로 인식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노인학대 피해자가 가해자와 가족관계이고 의존성이 커 가해자에 대해 형사처벌을 대부분 원하지 않아 지난해 전국에서 학대 행위자에 대한 형사법적 처벌은 37차례에 불과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