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신뢰성시험센터 공모에서 탈락한 일부 지역이 '대전 유치'에 반발하며 보복성 행태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DB |
엄격한 평가 기준과 원칙으로 진행돼야 할 국책사업 공모사업이 정치적 입김에 의해 변질되거나 번복되면 국가 정책에 대한 불신과 지역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선이 곱지 않다.
대전시와 기품원은 지난달 31일 국방신뢰성시험센터의 성공적인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개월 대덕구 상서동 센터 예정지 토지소유주와의 원만한 매매계약 체결을 통한 부지 확보 등 성공적인 조성을 위해 상호협력하고 10월 23일 최종 계약을 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애초 MOU는 이날 오후 4시 대전시청에서 할 예정이었다. 권선택 시장과 이헌곤 기품원장이 직접 협약서에 서명하고 널리 알리려 했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갑자기 '조용히' 해달라는 기품원의 요청에 따라 강철식 시 과학문화산업본부장이 직접 찾아가 서면으로 대체하게 됐다. 구체적인 협약내용까지 비공개로 할 정도다.
이유는 탈락한 일부 지역의 '뒤끝' 때문이다. 센터 유치전에는 대전을 비롯해 충남(논산)과 경북(구미), 대구(달성구), 광주(광산구), 전남(광양), 전북(남원), 경남(김해) 등 8개 지자체가 경쟁을 벌였다. 최종 심사 당일인 지난달 21일 지자체별로 30분씩 진행된 PT가 끝난 후 기품원은 우선협상대상자로 대전을 선정했다.
하지만, 결과를 받아들이며 축하인사까지 전한 충남과 달리,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대전시가 결정된 후부터 기품원으로 거센 반발성 자료 요청이 쇄도했다. 탈락한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평가 절차와 결과(점수) 공개 등에서부터 센터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자료까지 요청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기품원 측에서 국정감사 자료 요청이 많아져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전달하면서 탈락지역을 자극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협조를 요청했다”며 “조만간 센터 유치 성과보고회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19대 국회의원 임기 마지막 국정감사를 앞둔 상황에서, 내년 4·13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제스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모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그런 건(정치적 제스처) 아니다. 지역구의 현안사업으로 기대가 컸던 만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여론이 많아 모두가 수긍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결과를 공개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탈락지역에서 방위산업 관련 업체와 함께 후보지로 선정된 대덕구 상서동 토지주들을 만나 2개월 내에 계약하지 않으면 더 좋은 조건으로 땅을 사겠다며 매수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강철식 본부장은 “기품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축하인사를 전하며 탈락지역을 자극하지 말고 문제없이 내실있게 준비해달라는 당부를 전했다”며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조용히 차근차근 준비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진·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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