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로 한밭대 교수 |
지난여름 경제정책에 실패한 남미 몇개국을 여행하면서 국가부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40여년전 한국의 1인당 GDP가 60위권에 머물러 있을 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30위권에 있던 잘사는 나라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역전되어 한국의 1인당 GDP는 30위정도인데 이들은 60위권에도 들지 못한다.
브라질은 1960년대에 지하철을 건설한 경제 강국이었고, 현재도 산유국으로 경비행기 수출 세계 1위, 커피, 오렌지주스, 설탕, 대두, 쇠고기, 담배 농산물 수출 세계 1위를 점유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도 산유국으로 광활한 평야지대가 있어 밀생산량 세계 10대 수출국으로 자원이 풍부하다.
그러나 미국 카토연구소가 발표한 2014 세계 국민 고통지수는 한국은 103위인 반면, 아르헨티나 2위, 브라질 6위로 매우 어려운 나라가 되었다. 브라질의 1인당 GDP는 1만 2000달러인데 빅맥지수는 세계 4위로 한국보다 생필품 가격이 2배정도 비싸다. 또 성장둔화와 헤알화 약세, 물가상승, 실업률 증가 등 살기 어려운 나라가 되었다.
1970년대 중반까지 잘 살던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왜 이렇게 악화되었을까? 1976년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성급하게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을 펴면서 자본과 수입자유화를 실시하고 외채를 과도하게 끌어들였다. 그러나 성과를 내지 못하며 외채상환을 위해 더 악성 외채를 끌어들이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내부적으로 노조탄압, 최저임금폐지 등으로 빈곤율이 40%에 이르고 실업률이 18%을 넘게 되었다. 한국과 비슷하게 군사정권이 공업화 정책을 시도했으나 교육열이 낮고, 농업이 풍부해 먹거리 걱정이 없는 국민의 협력을 얻지 못하여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1983년 라울 알폰신 민주정부가 들어섰으나 그동안 누적된 외채를 해결할 수 없어 1989년에는 연간 물가 상승률 5000%의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겪게 됐다. 메넴정부는 자유시장경제정책이라는 미명하에 통신, 전기, 가스, 수도, 철도, 전화 등 여러 공공부문을 민영화해 외화 400억 달러를 끌어 들였다.
문제는 민영화로 공공요금이 급격히 상승하고, 외국자본에 의한 물가 상승을 막지 못해 국가의 경제 통제력을 잃게 되었다. 환율제도 변경해봤지만 헤지펀드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2001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근래 중국의 경제가 급속히 상승하면서 대두의 중국수출량이 급증해 국제수지는 개선되었으나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크다. 중국경제가 최근 침체돼 다시 경기는 악화되고 있고 연평균 30%가 넘는 치솟는 물가상승으로 국민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세계경기도 악화되고 있다. 특히 남미, 중국의 경기가 하락하면서 안전자산으로 여기는 미국의 채권이나 달러로 돈이 이동하고 있다. 아무튼 경기악화로 한국에 있는 외국자본이 철수하면 큰 문제다. 한국은 부존자원도 적고, 1차산업 비중도 적어서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보다 더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한국의 경제는 내수침체에 수출부진까지 겹쳐 비상 상황이다. 이승윤 전 부총리도 한국경제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저출산, 고령화, 청년실업 등 여러 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중 제일 위험한 것이 부채문제라고 지적했다. 2000년대 500조원도 안되던 대한민국의 부채가 15년이 지난 지금 7배 이상 늘었다.
빚이 늘어난 것은 90년대 이후의 정부들이 고통을 감내할 생각은 안하고 손쉬운 부채에만 의존해 그 부채가 쌓이고 쌓여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한국경제가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복지예산은 계속 증가되는데 외화가 급속히 빠져나가면 결국 통화정책으로 엄청난 물가상승의 고통을 겪든지, 정부가 소유한 공공기관을 민영화해 외국자본에 넘기는 정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를 겪지 않으려면 정부와 공공기관이 방만한 경영구조를 개선하고, 공공부채를 줄여야 한다. 문제가 발생되고 나면 국민불신이 커져서 공공정책이 잘 먹히지 않는다. 물론 금모으기 애국심을 보여준 사례가 있지만 그렇다고 예방정책을 소홀히 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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