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직선제를 유지를 요구하며 투신 자살한 부산대 고현철 교수 사건을 계기로 국립대의 총장선출 문제가 또 다시 대학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당장 올해말 차기 총장 선출을 앞둔 충남대 교수회가 직선제 논의를 예고하고 나선 가운데 9월중 전국 교수단체의 대대적인 집단행동도 예고된 상황이어서 하반기 총장 선출제를 둘러싼 대학가의 논쟁이 뜨겁게 진행될 전망이다.
충남대 교수회는 다음달 중순부터 직선제 회복과 관련된 토론회를 진행하고, 10월 중순께 교수 총회를 열어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한 의견을 도출하기로 했다. 당장 9월중에는 '총장후보자선정관리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총장선출제도 자체를 둘러싼 논의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총장 선거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대학가에서 총장 선거 방식을 둘러싼 진통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총장 선출 방식이 대학거버넌스와 자율성의 산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1961년부터 30여 년간 정부 임명제도로 이어져 내려오던 국립대 총장선출방식은 1987년 6·10항쟁을 계기로 목포에서 직선제가 처음 실시됐다.
이후 1991년 교육공무원법 개정과 함께 직선제가 허용된 후 지난 1996년에는 모든 국·공립대에서 총장 직선제가 실시되도 했다.
하지만 총장 직선제가 전면 실시되면서 폐단도 적지 않았다. 총장이 되기 위해서는 연구나 강의 등의 본연의 실력보다는 얼굴을 알리기 위해 4년내내 상가집이나 결혼식 등 교수들의 각종 경조사를 쫓아 다녀야 했으며 또 그런 후보들이 실제로 총장으로 선출됐다.
실력보다는 특정고, 특정 대학 출신의 파벌싸움도 만연됐다. 선거후 논공행상식의 보직 교수 임명 등의 문제도 야기됐다.
이로 인해 2011년에는 이주호 당시 교과부 장관이 총장 직선제 폐지를 골자로 한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으며 당시 정부가 정부 재정지원 사업을 연계해 간선제로 유도하면서 대부분의 국·공립대가 직선제 폐지에 동참했다. 문제는 이렇게 폐지된 총장 직선제가 5년도 지나지 않아 대학가에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간선제로 총장임용후보자를 선출한 공주대, 경북대 등 상당수 국립대가 정부로부터 임용제청을 받지 못해 비정상적인 학사운영이 진행중이다. 재정지원을 이유로 대학 길들이기에 나선다는 대학사회의 피로감도 커지면서 급기야 다음달 대대적인 교수단체의 집단행동 마저 예고되고 있다.
이충균 충남대 교수회장은 “직선제는 우리사회 민주화의 산물”이라며 “추첨식 채택은 대학의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것이고 구성원의 자존심을 짓밟아 결국 교육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오희룡·박고운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