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밀 로저스 =한화이글스 제공 |
에이스의 조건은 평정심이다. 설사 흔들리더라도 자신의 맡은 몫을 최대한 수행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화의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30)는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이지 못했다. 석연찮은 판정으로 심기가 썩 좋지 않을 법한 상황이었지만, 평정심을 찾고 어려운 상황에 빠진 팀 마운드를 구했어야 했다.
한화 이글스는 27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NC다이노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1-4로 패했다. 한화는 이전경기까지 4경기에서 2번의 완봉승과 1번의 완투승을 따낸 평균자책점 1.31의 에이스 로저스를 내세웠다. 로저스는 이날 경기에서 6회까지 129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3볼넷 9탈삼진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퀄리트 스타트를 기록하긴 했지만 이전 경기에 비해 다소 초라해 보이는 성적이다.
로저스는 이날 6회 2사까지 안타 하나와 볼넷 2개를 내주면서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평소보다 투수구가 많은 것이 문제였지만 구속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 등 체력적인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나왔다. 로저스는 김준완과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고, 7구째 승부에서 김준완이 반응하며 배트를 내밀었다. 권영철 3루심은 배트가 안돌아갔다고 판정했다. 볼넷이었다. 로저스와 조인성 배터리는 삼진으로 판단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려다 다시 돌아왔다. 로저스는 3루심을 향해 판정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중계 방송사의 느린 화면을 통해 보니 배트가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명백한 오심이었다. 흥분한 로저스는 후속타자 이종욱과 조영훈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순식간에 1-2 역전을 허용했다.
이어 로저스는 나성범을 상대로 2스트라이크 2볼 상황에서 몸쪽 직구를 던졌다. 포수 조인성은 스트라이크를 자신하며 덕아웃으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로저스는 결국 평정심을 잃고 실투를 던지면서 나성범에게 적시 2루타를 맞았다. 로저스는 나성범의 타구가 날아가는 동시에 주심에게 항의했다. 로저스는 심판에게 격렬하게 항의했고 심판이 마운드로 향하자 통역원이 올라와 상황을 설명해 별다른 조치없이 넘어갔다.
두 번의 아쉬운 판정으로 로저스는 예민하게 반응했고, 이닝을 마치고 덕아웃에 들어간 뒤에도 글러브를 집어던지며 격분했다.
판정도 경기의 일부분이다. 이날 로저스는 잘못된 판정이라도 인정하고 평정심을 갖고 경기에 임했어야 했다. 로저스는 한화의 에이스이기 때문이다. 에이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로저스의 이날 행동은 상대 팀들에게 좋은 팁이 됐다. 앞으로 로저스를 상대하는 팀들은 심리적인 부분을 끊임없이 공략할 것이다. 그동안 로저스가 보여준 경기력을 보면 기술적인 면이나 체력적인 면은 완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로저스가 한화를 가을 야구로 이끌 수 있는 에이스의 면모를 보이려면 평정심을 좀 더 발휘할 필요가 있다./마산=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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