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구 관평동에서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했고, 중간에 서구 월평동에 친구를 내려주고 중구 용두동까지 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씨 일행은 1시간 가까이 대리운전 기사를 배치받지 못했다. 경유지를 거쳐야 하는 게 화근이었다. 1시간여 대기하던 이씨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전화를 걸어 대리운전비를 1만6000원에서 2만원으로 올린다고 하자, 5분도 안 돼 대리기사가 도착했다.
이씨는 “처음부터 2만원이라고 했으면 기다리는 일도 없었을 텐데 회사에서 책정한 금액에 웃돈을 얹어야 빨리 온다는 게 불쾌했다. 사실 기다리는 동안 그냥 운전해서 갈까하는, 해서는 안 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지역 대리운전 기사들이 웃돈을 요구하는 행태가 늘면서 이용자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는 현재 책정된 요금이 너무 낮아 인상을 요구하는 주장도 나온다.
23일 대전대리운전노동조합에 따르면 대전 대리운전 업체는 200여 개 이상이며 운전자 수만도 3500명을 넘어섰다. 이중 1500명 이상이 활동하고 있다고 조합은 설명했다.
운전자 수가 적지 않지만 손님이 대리운전 기사를 오래 기다려야 하는 이유는 요금에 있다. 이동거리에 따라 책정되지 않은 요금 때문에 가까운 거리를 골라 손님을 데려다 주는 대리운전 기사가 늘기 때문이다. 또 회사 측은 고객에게 어필하기 위해 최소한의 대리비를 내세우며 광고하고, 그 광고비나 낮은 대리비는 고스란히 운전기사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메르스로 이용자들이 줄면서 많은 대리운전 기사가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한 가운데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정광남 대리운전기사노조 대전지부장은 “회사에 수수료 20%와 보험료를 내고 나면 막상 남는 게 얼마 없어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손님이 많은 지역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사들도 서비스 마인드를 가지고 먼 거리 손님을 꺼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 회사에서 책정해 놓은 금액은 턱없이 적어 외진 곳까지 손님을 데려다주고 다음 콜 받은 데로 가려면 택시비로 더 많은 돈이 나가기 때문에 요금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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