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피시설로 지정된 대전 서구 한 건물의 대피소 출입문이 굳게 잠겨 있다. |
전쟁이나 재난 등 위급 상황 때 주민들이 신속히 대피해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대피시설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피소임을 알려주는 안내간판이 아예 없거나, 대피소로 지정된 곳에 문이 잠겨 있어 상황 발생 시 5분 이내에 지정 시설로 대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전쟁이나 재난 등 위급 상황 때 주민들이 5분 내에 지정 시설로 대피해 생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주민대피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지하철역이나 빌딩지하, 터널, 주차장 등이 주로 지정되며, 지난 1월 기준 대전에 대피시설 1093곳이 지정돼 주민 450만여 명이 대피할 수 있는 규모다. 충남은 15개 시·군에 647개의 주민 대피시설이 지정돼 32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고, 충북은 대피시설 753곳에 수용 219만명 수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자체가 지정해 관리하는 대피시설 상당수가 안내표지판이 없거나 문이 잠겨 있어 긴급상황 시 사용에 제약이 따르고 있다.
24일 현장을 확인한 결과 서구 도마동의 'S'빌딩 지하층에 대피시설이 있다고 국가재난정보센터에 안내돼 있으나 정작 대피소 문이 굳게 닫혀 있어 사용할 수 없었다.
서구 내동의 또다른 개인 건물은 지하 1층이 대피시설로 지정돼 있으나 현장에는 안내판도 없고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으며, 동구 정동의 또다른 병원 역시 안내판 하나없이 이웃한 주민들도 모르는 대피소였다.
중구 문화동의 상가빌딩에서는 대피소 안내판이 여러 간판 속에 뒤섞여 눈에 띄지 않았고, 슈퍼로 사용되는 지하 층 외에 빌딩 내에 대피소가 어디인지 찾을 수 없었다. 특히, 가까운 대피소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볼 수 있는 국가재난정보센터 정보 역시 부정확해 아파트 전체를 대피소로 안내하거나 지자체가 집계한 것과도 차이가 있다.
긴급한 상황에 주민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대피소가 제대로 홍보되지 않고 관리가 미흡한 문제때문에 국가권익위원회도 대피시설 안내 실효성을 확보하도록 국민안전처에 지난해 12월 개선을 권고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110여 개에 달하는 대피소에 대한 긴급 점검을 벌여 안내판 미부착이나 폐문 등의 사안을 확인할 계획”이라며 “건물주가 대피소 안내판을 떼거나 문을 닫아도 지금 제도에서 제재할 수 없어 협조를 당부하고 설득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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