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규 |
22일 한화는 1.5경기 차로 앞선 5위 KIA와 광주 원정 경기를 가졌다. 한화와 KIA는 각각 자신의 팀 에이스인 에스밀 로저스와 양현종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날 승부를 가른 건 이 두 명의 에이스가 아닌 이용규였다.
이날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이용규는 5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기록만 보면 별다른 활약이 없어 보이지만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다르다.
이용규는 5회 2사 1,3루 기회에서 세 번째 타석을 맞았다. 양현종에게 2스트라이크로 볼 카운트가 몰린 이용규는 이후 끈질긴 승부근성으로 17구 승부를 벌였다. 비록 안타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결국 양현종은 6회에 많은 투구 수에 지쳐 투구 밸런스가 흔들리며 밀어내기로 첫 실점을 했다. 이용규의 존재감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수비에서 이용규의 가치는 더 빛난다. 1-0으로 앞선 6회 말 1사 1루에서 브렛필의 타구를 이용규가 잡았다. 타구가 원바운드 됐는지 육안으로 판단하기 어려웠다. 심판들도 엇갈린 판정을 내릴 정도였다. 이용규는 아웃을 확신한 듯 내야로 뛰어들어오며 비디오판정을 요청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는 안타였다. 비록 안타가 되긴 했지만 이용규이기 때문에 가능한 플레이였다.
이용규는 올 시즌 92경기에 나와 122안타 33타점 23도루 타율3할3푼2리를 기록하며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KIA전에서 부상을 당한 후 20일만에 그라운드로 다시 돌아왔다.
한화는 이용규가 부상을 당한 날부터 5연패에 이어 6연패까지 당하며 추락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용규가 돌아온 이후 한화는 3경기에서 2승 1패를 기록하며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용규는 누구보다 승부 근성이 강한 선수다. 22일 경기에 앞서 만난 그는 “재활기간 동안 TV로 한화 경기를 보는데 못 보겠더라. 차라리 안에서 같이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면서 특유의 근성을 드러냈다.
이어 이용규는 “아직 근육이 뭉쳐 있지만 경기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면서 “'4주 진단'을 받았을 때도 나는 '더 빨리 복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용규는 복귀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칠 정도로 빠르게 경기 감각을 회복했다. 그는 “일본에서도 밤마다 배트를 휘두르며 타격 감각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면서 “타이밍이 조금 문제이기는 하지만 집중하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부상 후유증 우려에도 바로 수비에도 나서고 있다. 이용규가 적극적으로 원해서다.
이용규는 “훈련을 해보니 수비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코치님께 수비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보니까 괜찮더라”며 “대타로 경기하는 건 내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성근 감독은 복귀 이후 당분간은 대타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김 감독은 “대타로 출전시키면서 경기 감각을 키우려고 했는데 본인이 괜찮다고 하더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용규는 “우리 팀은 매경기가 고비였다. 선수가 없으면 없는대로 잘 버텨냈다. 이렇게 치열하게 순위 싸움을 하는 게 더 재밌다”면서 “시즌 막판까지 이렇게 흘러가지 않겠나.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면서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용규의 복귀로 한화는 타선과 수비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치고 있는 한화에 이용규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