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호 ETRI 홍보팀장 |
전전자교환기(TDX), 반도체(DRAM), 디지털이동통신시스템(CDMA), 휴대인터넷(WiBro) 등이다. 이들의 경제적 파급효과만 93조원에 달해 가히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어온 대표라 할 수 있다.
TDX는 우리나라의 '1가구 1전화시대'를 실현시켰다. 1970년대 초반, 백색전화, 청색전화 밖에 없었던 시절, 전화 한 대의 가격은 서울시내 50평 아파트 한 채보다 비쌌다고 한다. 연구진이 1986년 세계에서 10번째로 디지털식 전자교환기를 독자기술로 개발하면서 특권층만 누리던 전화가 드디어 일반국민의 통신수단으로 재탄생했다. TDX와 관련된 일화는 많다. 그 당시 24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연구개발비가 투자되자 'TDX 혈서'를 써가며 불 꺼지지 않는 연구소를 만들기도 했다. 실험을 위해 전국의 전신전화국에서 밤을 지새다 훗날 중병을 얻어 운명을 달리한 연구원도 있다.
반도체는 우리에게 '반도체 강국의 신화'를 만들어 줬다. 반도체 후발주자로 출발했으나 첨단 반도체 제조기술 보유국가로 성장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초고집적반도체 기술공동개발(안) 문서는 대통령이 최고 결재권자였다. 기술개발 문서 표지에는 대통령이 직접 작성한 절실한 기술개발 성공의 염원이 담겨있다. ETRI 원장이 공동개발업체인 국내 회사와 잘 협조해서 꼭 성공하라는 메시지 였다. 반도체 개발성공을 '선진국으로 가는 열차'에 비유, 만화로 만들어 읽어가면서 성공 의지도 다졌다.
CDMA는 우리나라가 '이동통신 강국으로 성장하는데 초석'이 된 연구 성과다. 1가구가 아닌 '1인 1전화시대'를 열어준 것이다. 연구진은 ETRI내 'CDMA 작전본부'를 설치, 기술개발 성공을 위한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 믿고 투자해주는 국가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개발에 임했다. 특히 연구개발 성공 이후 퀄컴사와의 기술료 분쟁은 '현대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되기도 했다. 하지만, ETRI는 모든 역경을 딛고 국내 판매분의 로열티중 20%라는 배분금을 받게 된다. 2001년 ETRI가 받은 로열티는 1억불에 달했다. '휴대인터넷' 와이브로는 언제 어디서나 고속으로 이동 중에도 인터넷을 가능케 만들어준 기술이다. 해외 수출로도 이어져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ETRI는 광복 70주년을 보내며 앞으로 다가올 30년, 광복 100주년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속도변화가 빠른 IT분야에서 10년씩 계획을 수립해 세계 1등 IT강국 코리아를 견인한다는 것이다. ETRI의 현재가 세상의 미래가 되도록 말이다.
정길호 ETRI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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