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과후학교에서 부채 만들기 모습 |
배려와 소통, 봉사, 신뢰 등 이미 알고 있지만 여전히 실천력의 부족으로 사회적 자본은 자꾸만 제자리를 맴도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눈길을 사로잡는 게 일선 학교에서 강조하고 있는 인문소양 교육이다. 인문소양 교육은 획일적 사고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생각을 주도하는 교육이기도 하다.
일찍이 철학자 칸트는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고 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자 인간의 가치를 무시하거나 수단 또는 도구로 삼지 말라는 뜻이다. 하지만 지식과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사회의 변화 속도 역시 더없이 빨라지는 요즘 현실을 보면 인간의 가치는 어찌 보면 상실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인간의 가치보다 경제적 이익과 효율성을 앞세우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다시금 사회적 자본의 필요성이 새삼 강조된다. 때를 같이해 충남 도내 일선 학교에서 불어오는 인문소양 교육의 중요성도 널리 퍼지고 있다. 그리고 왜 학교마다 '인문소양교육'에 열을 올리는지 알 만하다.
▲ 공동 창작한 시를 낭독했던 '이야기가 있는 시' 시간 |
특히 복잡하고 다양성을 지닌 현대 사회를 살아가려면 전문 지식을 쌓아야 함은 물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고민 속에 미래역량을 이끄는 청양중학교의 인문소양교육을 살펴본다.
▲방과후학교 때 만나는 인문소양교육= 흔히 인문학이라고 하면 문학, 역사, 철학을 먼저 손에 꼽는다.
그런데 인간다운 인간이 되려면 기본적인 인문학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철학,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골고루 공부해야 한다. 특정 과목에 대한 선택과 깊이 있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학교 수업 때 배우는 여러 과목을 아우르는 살아 있는 공부가 필요하다.
▲ 방과후학교 때 초벌구이 그릇에 쓴 글 |
대부분 학생은 이중 삶과 관련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 중이다. 그리고 '나'와 더불어 '우리', 더 나아가 '사회'의 관계를 깨우쳐 가고 있다. 청양중은 이처럼 사회관계망을 통한 사회적 자본을 끌어올려 경쟁보다 협력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세상을 이끌어갈 주역이 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청양중 학생들은 도교육청에서 개발한 '수업 시간에 만나는 인문학' 자료를 활용한 방과 후 교실로 따뜻함을 배우고 있다. 국어·영어·사회·역사 등 교육과정 중에서 인간이 지닌 근본적인 문제, 사상, 문화 등의 핵심 개념을 선정해 제작된 도교육청 자료집은 학생들 스스로 올바르게 살아가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청양중은 이 자료집으로 세상에 대한 교과서적 지식과 인식을 넘어 스스로 묻고 답하는 말하기, 고유한 '나'를 바탕으로 '너'와 더불어 소통하는 토론, 세상을 따뜻하게 움직이는 글쓰기와 그리기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 학생회가 주도한 케냐 학생들에게 보낼 물품 모으기 행사 |
그리고 미래에 대한 드넓은 꿈을 갖도록 정규 수업과 동아리 시간, 방과후학교 등에서 인문학과 관련지어 풍성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청양중 학생들은 이렇게 배우고 익힌 인문소양을 하나의 인문학 행사로 엮었다. 지난달 중순 열린 인문학 행사는 청양중 학생들뿐만 아니라 관내 중학교 도서부원도 함께했다.
이른바 '작은 인문학 콘서트'다. 이 행사에서 학생들은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꿈을 키우고 끼를 펼쳤다. 이와 함께 독후 활동과 연계해 인문학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자아성찰 및 가치 지향적 인간성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행사도 마련했다. 수업 시간에 읽은 시 중에서 감동을 느낀 시와 개인이 창작한 시를 모둠별로 돌려 읽은 후 공동으로 창작한 시를 사연을 담아 낭독한 '이야기가 있는 시(詩)'가 바로 그것이다.
'이야기가 있는 시' 행사에는 학부모와 교사들도 함께했다.
이밖에 세 명의 학생들이 한 모둠을 이루어 감명 깊게 읽은 책의 내용이나 소감을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독후 발표' 시간에는 책 속에 드러난 인간의 다양한 삶을 통해 미래에 대한 진로 문제, 살아가는 방법 등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청양중학교의 2015년은 남다른 한해다. 열악한 교육환경이지만 힘찬 발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충남형 혁신학교인 '행복나눔학교'의 이름으로 학생 중심 교육을 실현하는 학교로 우뚝 서 다시금 청양중 이름을 더 높이고 있다.
청양중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인문소양교육으로 더불어 성장하고 배움이 즐거운 학교를 만들고 있다. 청양중은 학교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이루도록 더디지만 큰 호흡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 중이다.그 길을 이루는 데 인문소양교육은 청양중의 든든한 디딤돌이다. 행복하고 즐거운 학교 만들기는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학생마다 마음에 되새긴다.
내포=이승규 기자 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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