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운호 선수= 한화이글스 제공 |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지난주 경기 중 진땀을 흘렸던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다.
김 감독은 1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주 열린 수원 KT전에서 발생한 ‘장운호 오토바이 해프닝’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 12일 수원 KT 위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장운호는 경희대 국제캠퍼스에서 ‘특타(특별타격훈련)’를 받았다.
김 감독은 당초 장운호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려고 했지만 특타 훈련을 지켜보고 마음을 바꿨다.
9번타자 중견수로 장운호를 출전시키기로 결정한 것. 그리고 나서 김 감독은 먼저 경기장으로 향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수원 KT위즈파크 인근은 심각한 상습 교통체증 지역이다. 수원 KT위즈파크는 평소 퇴근길 차량 통행량이 많은 상습정체 구간이다. 이날도 도로를 꽉 메운 차량들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지체됐다.
김 감독도 경기 시작 10분 전에야 도착했다. 하지만 장운호는 경기 시작 시간인 오후 6시30분이 지났는데도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김 감독은 “경기가 시작하는데 선발 명단에 있는 선수가 안 오니 죽겠더라”면서 “1회초 공격이 빨리 끝나면 수비에 들어가야 하는데 어쩌나 싶었다. 그런데 1번 정근우는 2구만에 아웃되더라”라고 회상했다.
이후 한화의 공격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2사 2루 상황에서 김태균과 정현석이 연속해서 적시타를 쳤고, 최진행이 2점 홈런을 터트렸다. 이어 정범모가 볼넷으로 걸어나가면서 시간을 벌어줬다.
KT도 의도치 않게 김 감독을 도왔다. 선발 투수 주권이 제구력 난조를 보였으며, KT 정명원 투수코치는 마운드에 방문하기도 했다.
경기 중 김 감독의 시선은 그라운드가 아닌 더그아웃 입구마 바라보고 있었다.
김 감독은 “다행히 공격시간은 길어졌는데, 장운호 타순까지 돌아오게 생겼더라. 8번타자에게 ‘무조건 치지 마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박노민을 대타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절묘하게 8번에서 공격이 끊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1회말 수비 때 중견수로 장운호가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김 감독은 박종철 심판에게 다가가 이 사실을 고백하려고 했다.
김 감독은 “막 이야기를 하려던 차에 덕아웃에서 장운호가 짐을 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심판에게 ‘그냥 얼굴 보러 왔다’고 말하고 돌아왔다”며 웃어보였다.
이어 김 감독은 “장운호는 경기장으로 오다가 차가 너무 막혀 중간에 퀵 서비스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고 하더라”면서 “전 세계에서 오토바이 타고 야구장에 온 애는 장운호밖에 없을거야”라고 밝혔다.
김 감독을 애타게 한 장운호는 이날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하며 기다림에 보답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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