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으로 오해받는 사장님 '유진호 광천설렁탕 대표'

알바생으로 오해받는 사장님 '유진호 광천설렁탕 대표'

“뜨끈한 설렁탕 전국민에 대접하고 싶어유” 할머니 요리법 토대로 공부해… 방방곡곡 체인점 내는게 목표

  • 승인 2015-08-18 18:34
  • 신문게재 2015-08-19 12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청춘예찬] 유진호 광천설렁탕 대표

▲ 머릿고기를 썰고 있는 유진호 광천설렁탕 대표.
▲ 머릿고기를 썰고 있는 유진호 광천설렁탕 대표.
“고민하지 말고 뜨끈한 설렁탕 한 그릇 드셔유!”

홍성 광천역 인근 한 설렁탕집.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에 고개를 들었다. 푸근한 인상의 할머니가 떠오르는 보통의 국밥집답지 않게 웬 20대 청년이 주문을 받고 있었다. '알바생'이려니 했지만, 시골에서 건장한 청년이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게 조금 의아했다. “알바생이냐”고 묻는 기자에게 그 청년은 “저 사장이에유”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알바생으로 오해받은 주인공은 광천설렁탕 대표 유진호(29·사진)씨다. 지난달 24일 정식 개점한 어엿한 국밥집 사장이었던 것이다.

유 씨는 어렸을 적 이 곳에서 국밥집을 하시던 친할머니의 요리법을 토대로 지금의 설렁탕을 개발했다. 옛날 국밥처럼 진한 맛을 유지하면서도 냄새가 심하지 않고, 깔끔함을 좋아하는 현대인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누린 냄새가 나지 않았고, 국물은 담백했다. 유 씨는 맛의 비결로 신선한 재료와 1등급 한우를 꼽았다. 진한 국물을 우려내기 위해 가마솥과 24시간 씨름하는 열정도 비결 중 하나로 들었다.

유 씨는 “설렁탕에 들어가는 재료는 무조건 신선하고 좋은 것들만 엄선하고 있는데, 특히 고기는 1등급 한우만 고집한다”며 “솔직히 비용 부담이 크지만 손님들에게 더 맛좋은 설렁탕을 대접하기 위해 앞으로도 1등급 한우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성공한 청춘처럼 보이지만, 유 씨도 현실을 좇기에 급급했던 대한민국 청년 중 하나였다. 대학 전공인 경제학은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컸다. 솔직히 자신도 없었다. '이 전공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졌지만,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목표를 잃은 유 씨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몰라 방황했다. 백화점에서 가방과 옷, 신발도 팔아보고, 족발 배달, 술집 서빙, 통역, 행사 관리, 교육감 후보 수행비서 등 닥치는 대로 부딪쳤다. 하지만 인생의 목표와 꿈을 찾진 못했다.

그러던 유 씨는 지난 5월 고향인 광천을 찾았다.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동네를 돌던 유 씨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대전 거리마다 하나씩은 있는 국밥집이 자신의 고향엔 없는 것이었다. 순간 국밥집을 하셨다는 친할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국밥 한 그릇 먹고 싶다는 동네 어르신들의 말씀도 머리에 스쳐지나갔다.

그날로 할머니로부터 비법을 전수받으며 음식 공부를 시작했다. '성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었지만, 동네 사람들에게 뜨끈한 국밥 한 그릇 대접하고 싶은 선한 욕심이 유 씨의 결심에 큰 역할을 했다.

최종 목표를 묻는 기자에게 유 씨는 설렁탕집 체인점 운영을 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전국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설렁탕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게 그 이유였다.

“멀리서 오셨던 분들이 다시 찾아주는 경우가 많아유. 오실 때마다 우리 동네에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유. 더욱 노력해서 전국 방방곡곡에 제 설렁탕집을 만들거에유. 또 설렁탕 한 그릇 하러 오셔유.”

홍성=송익준 기자 igjunbab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4.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5.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1.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2.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3.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4.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5.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