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내 소규모 학교가 안절부절이다. 정부가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자발적 통·폐합 학교에 재정을 지원하더니 이제는 그 지원을 강화하고, 학생수 기준 예산 지원(교부금 배분) 강화라는 카드를 꺼내면서 사실상 시골학교 죽이기에 나섰다.
학생수가 적어 예산이 끊기거나 줄어드는 학교는 폐교 및 큰 학교와의 통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당장 다음달 도내 초등학교 1곳이 문을 닫고, 2018년까지 5개의 초·중교가 더 사라진다. 2010년부터 최근까지는 도내에서만 20개교가 없어졌다. 최근 정부에서 추진중인 교육정책대로 라면 지역의 역사이자 문화, 고향 그 자체인 시골학교는 모조리 흔적조차 없이 사라질 판이다.
폐교를 앞둔 도내 한 일선 교직원은 “교육을 경제논리로 바라보는 정부의 방침에 지역 문화센터이자 정신적 고향인 소규모 학교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며 “어찌할 수 없는 한 교육인으로서 슬프다”고 말했다.
17일 충남도교육청에 따르면 다음달 1일 논산 양촌면의 동산초가 폐교, 인근 양촌초에 흡수된다. 동산초는 현재 4학급 17명의 학생이 다닌다.
2017년 3월1일엔 140여명의 학생이 재학중인 홍성 광천읍 덕명초가 문을 닫는다. 덕명초는 비교적 규모가 큼에도 불구하고 광천초와 통합한다.
같은 날 같은 지역 광흥중(47명)도 광천중에 흡수된다.
2018년 3월1일엔 청양 장평면과 청남면, 정산면의 장평중(21명), 청남중(30명), 정산중(125명)이 모두 문을 닫고 정산기숙형중학교로 새롭게 시작한다.
심지어 광천은 2013년에도 광신초를 잃었고, 2014년 광남초와 대평초, 광천여중, 올해 광성초까지 폐교됐다.
인근 장곡면의 장곡오서분교, 마찬가지로 청양도 분교와 소규모 학교들이 비슷한 시기 잇달아 없어졌다.
서로 붙어있는 홍성(광천)과 청양 지역 일대 중·소규모 학교들이 몇 년 사이 죄다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돈 때문으로 보이는 정부의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 때문이다. 학생수 기준 교부금 배분은 내년 충남만 해도 500억원의 예산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면서 시골 폐교 목록을 더욱 늘릴 전망이다.
광천 출신 이모(31)씨는 “고향 학교들이 모조리 사라져 출향한 지금은 갈 집도 없고, 들를 학교도 없다”며 “후배는 물론 동문회도 없어져 고향을 잃은 느낌”이라고 씁쓸해 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시골 학교는 단순한 학교가 아닌 지역의 뿌리”라며 “특성화 교육 등 소규모 학교 살리기 대안이 얼마든지 있는 만큼 재정압박을 통한 정부의 통·폐합을 멈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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