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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서 날아온 로저스는 한국 무대에 오자마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로저스는 데뷔 이후 2경기 연속 완투승 경기를 펼쳤다. 외국인 투수로는 최초다. 데뷔전에서 완투승을 거둔 후 두 번째 등판에서는 완봉승을 장식했다. 2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이 0.50이다.
로저스는 단순히 공만 빠른 강속구 투수가 아니다. 150km 초반대의 강속구에 130km 중후반의 커브, 여기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더욱이 뛰어난 제구력까지 갖추고 있다. 18이닝동안 볼넷이 단 3개뿐이다.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도 더했다. 11일 KT전에서 4회와 6회 실점 위기 상황에서 병살타를 유도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로저스는 첫 경기에서 한화의 5연패를 끊으며 연패 스토퍼 역할을 했다. 한 때 6위로 내려앉았던 한화는 이날 경기를 계기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어 두 번째 경기에서는 팀의 3연승을 이끌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팀의 분위기를 이끌며 에이스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로저스의 이닝 소화 능력은 한화에게 엄청난 수확이다. 한화는 올 시즌 내내 약한 선발진 덕분에 불펜진의 소모가 많았다. 빠른 이닝부터 불펜진이 나와 투구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특히 올 시즌 개인 최다 이닝 투구를 하고 있는 '필승조' 권혁과 박정진의 어깨가 한층 가벼워졌다. 여기에 기존 선발 투수들의 분발도 예상된다. 미치 탈보트와 배영수, 송은범에게 충분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로저스의 합류로 한화는 마운드 운용을 보다 유연하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로저스의 공격적인 투구에 야수들의 집중력도 살아났다. 빠른 템포로 투구하다 보니 수비에서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연이어 호수비가 나오며 무실책 경기를 하고 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로저스는 머뭇거리지 않고 빠른 템포로 공을 던진다. 당연히 야수진의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친화력도 남다르다. 호수비가 나오면 해당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거나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고마움을 표시한다. 이닝을 마칠 때마다 야수들을 기다려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선발로 안 던지는 날에는 더그아웃에서 팀 동료를 응원해 준다. 한화의 '육성응원'을 따라하기도 하고, 동료의 플레이 하나 하나에 열광하고 안타까워하며 응원을 쉬지 않았다.
이에 로저스는 “팀을 위해 서포트하는 게 당연하다. 다른 선수들도 나를 위해 서포트해 주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응원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저스의 등장으로 한화는 포스트 시즌 진출에 큰 추진력을 얻게 됐다. 2군에 내려가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는 탈보트까지 복귀하면 다른 팀 부럽지 않은 원투펀치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진행, 폭스, 이종환, 이용규가 순차적으로 복귀하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로저스의 3번째 등판은 16일 포항 삼성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로저스가 앞서 상대한 LG와 KT는 올 시즌 팀 타율 9·10위 팀이다. 하지만 삼성은 최형우, 박석민 등이 건재한 팀 타율 3할의 1위 팀이다. 로저스가 진정한 한화의 에이스로 거듭날지 지켜보자.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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