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적은 농ㆍ산ㆍ어촌은 지원이 적어 울며 겨자 먹기 식의 통ㆍ폐합은 물론, 도시로의 인재 유출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누리과정 예산까지 떠맡은 데다 교부금 축소까지 예상되는 도단위 광역교육청은 재정난에 교육환경 개선은 꿈도 꾸지 못할 지경이다.
수도권규제완화에 학생수기준 교육재정교부금배분까지 추진하면서 한국이 수도권(도시) 공화국이 된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12일 교육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교육재정교부금 배분기준에서 학생수 비중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육 수요가 큰 지역에 더 많은 재원을 배분하겠다는 게 취지다.
학생수 비중은 기존 30.7%에서 50%로 상향하고, 반대로 학교수 비중은 현행 55.5%에서 30%로 하향하는 내용이다.여기에 소규모학교 통ㆍ폐합 권고기준을 마련, 재정인센티브를 강화해 자발적 통폐합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그 외 일부 광역시 정도만 학생수에 따라 예산 지원이 늘어나고, 충남ㆍ북, 강원, 전남ㆍ북 등 대부분의 도 지역은 예산이 줄어들 것이 뻔하다.
충남의 경우 내년 도교육청이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은 대폭 줄어든다. 당장 어린이집 누리과정 재정 부담 결손 1100억원과 배분방식 변경에 의한 교부금 감액 500억원 등 1600억원의 재정 결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에선 “사실상 농ㆍ산ㆍ어촌 학교에 예산을 줄 수 없으니 문을 닫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수도권과 지방 양극화뿐만 아니라 지역내 양극화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천안과 아산은 학생수가 도내에서 상대적으로 많아 어느 정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청양과 홍성, 예산, 태안, 서천 등 거의 대부분 지역은 학생과 학급수가 적어 정부방침대로라면 교육예산 지원이 인색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의 예산지원 방침 변경이 시골지역 학생들의 교육권 박탈과 더불어 농촌 공동화 현상까지 불러올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때문에 충남교육청은 긴축재정을 펼칠 수밖에 없다. 매년 국정감사때마다 단골메뉴인 석면교실 철거 및 보수, 내진설계 등 학생들의 안전에 투자할 예산도 줄여야 하는 실정이다.
학부모 박모(49)씨는 “학생수 기준 교부금 지원 강화는 소규모 시골학교 학생들의 교육권을 박탈하는 동시에 균형발전 및 평등교육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수도권 규제완화에 이은 도시지역 교육예산 강화로 시골 및 소도시는 더욱 고립되고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당국 관계자는 “지역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교부금 제도로 교육기회 불평등 및 지방교육청 재정 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