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출판사 '○○○○ 강아지 봉길이'라는 동화책에서는 등장인물인 어린이가 자신의 애완견 이름을 '봉길이'라고 소개한다. 어린이는 '내 이름이 봉구라서 동생 이름은 봉길이로 지었어요. 윤봉길 어때요?'라고 말한다.
동화 속에서는 이어 '아빠 말로는 윤봉길이라는 유명한 분이 계시대요'라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이 페이지에는 '윤봉길 의사'라고 화살표로 표시한 애완견 사진과 도시락 폭탄을 들고 '내가 진짜 윤봉길이다'라고 외치는 우스꽝스러운 삽화가 그려져 있다.
이 동화책 다른 페이지에도 거북한 내용이 나온다. 자신의 신발에 변을 본 애완견을 어린이가 호통치는 내용이다. 동화 속 어린이는 '야 윤봉길, 내 신발이 변긴 줄 알아? 똥 싸 놓으면 어떡해?'라고 나무랐다<사진>.
이 동화책은 한글을 깨우치는 4~6세가 유아들이 즐겨보는 책이며 지난 2003년 출판돼 불특정 다수가 읽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모들은 이 동화 책이 자칫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독립투사의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5살 아들을 두고 있다는 B씨는 “아무리 지어낸 동화책 속 허구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애완견을 독립투사 윤봉길 의사와 같은 이름으로 가볍게 부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윤봉길 의사가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지하에서 통탄할 것 같다”며 분통을 터트렸다.출판사 측은 독립투사 희화화 논란에 대해 슬그머니 얼버무렸다.
A출판사 관계자는 “워낙 오래된 책이라서 현재 답변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왜 이처럼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독자들이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그런(독립투사 희화화) 의도를 갖고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봉길 의사는 예산출신으로 1932년 4월 29일 일왕의 생일날 중국 행사장에서 폭탄을 던져 일본군 대장 등을 즉사시키는 거사를 치르고 현장에서 체포돼 총살됐다. 정부는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내포=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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