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정작 부급의 원인이 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손보지 않은 채 관리에만 초점을 맞춰져 있어 근본적인 대책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을 볼모로 한 이번 방안이 저소득·자영업자, 젊은층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경고도 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추진한 규제 완화로 가계부채 급증을 초래해놓고 이를 억제하기 보다 관리에 중점을 뒀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대출은 347조8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31조5000억원 증가했다.
이중 LTV 60% 초과 대출은 87조9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7조원 증가했다. 전체 주담대 증가분의 85%가 LTV 60%를 초과한 '위험한 대출'인 것이다.
2013년 말 기준 LTV 60% 초과대출 잔액이 6조원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무려 5배 가깝게 증가한 것이다.
정부의 관리방안에 따라 제2금융권의 퇴로가 차단돼 저소득·자영업자, 젊은층의 대출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가계부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고정·분할상환 대출로 전환을 유도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변동·만기일시상환 신규 대출은 시장에서 사라지고 기존 대출자도 만기 도래 전까지 고정·분할상환대출로 전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올해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난 때문에 세입자들이 최저금리를 이용해 매매전환으로 돌아서고, 20~30대의 실수요층 가계빚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전셋값이 올라 추가 대출을 받아 집을 사야 하는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자들은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어려워진다.
정부가 담보위주 대출심사에서 소득증빙 자료를 중심으로 상환능력을 보는 방식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막는다는 이유로 9월부터 상호금융권의 토지·상가담보대출에 대한 담보인정 한도를 60%에서 50%로 내리면서 취약계층들의 선택의 폭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또 제2금융권의 대출 강화로 저신용·저소득층이 대부업 등 제3의 금융권으로 떠밀릴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논평을 내고 “이번 정부의 대책은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에만 관심을 기울인 반쪽짜리”라고 지적하며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는 저신용·다중채무자의 기존 부채에 대한 채무조정과 손실부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대출 규제가 전세나 월세 보증금 마련, 내집마련 주택자금의 제한으로 이어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소비를 줄이는 대안도 내놓고, 자영업자와 사회초년생, 노년층 등 대출능력이 떨어지는 소득층에 대한 정책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두선 기자ㆍ최소망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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