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감독은 특유의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만년 꼴찌 한화 선수들을 바꿔놓았다. 끈기있는 야구를 선보여 야구팬들에게는 '마리한화'라고 불리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한화는 올 시즌 내내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하다. 선수보다 팀이 먼저라는 김성근 감독의 경기 운영 방식 때문이다.
특히 불펜투수 중 '필승조'인 권혁, 박정진, 윤규진, 송창식의 잦은 등판과 선발투수의 이른 강판 등 투수 운용에 대한 부분이 주요 논쟁거리다.
김 감독은 지난달 31일 대전 KIA전을 앞두고 선수 혹사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야구의 흐름과 싸움에 원칙, 현재 우리야구의 실정 등을 이야기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길 수 있는 경기는 확실히 이겨야 한다. 내일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는 게 김 감독의 지론이다.
김 감독은 “승부에서는 안 싸우고 이기는 게 최고다. 그 다음은 손해를 안 보고 이기는 것, 그리고 상대방에게 희망을 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대방에게 내일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만들어 주면 안 된다”면서 “그게 싸움의 원칙이다. 지더라도 쫓아오게 두면 내일 힘이 된다. 우리가 이기더라도 진 게임”이라고 말했다. 큰 점수 차로 이기더라도 필승조 투수를 투입하는 이유다.
김 감독은 지난달 28일 잠실 두산전에서 8-2로 앞선 상황에서 박정진(3이닝), 권혁(1이닝)을 투입했다.
특히 팀 내 마무리 투수 권혁을 8점차로 앞선 9회 등판시켜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최근 우리나라 야구의 '타고투저' 현상에 대해 말을 꺼냈다.
그는 “에이스급 투수들이 나와도 타자들에게 얻어맞는 판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투수들을 올리면 4~5점 순식간에 준다.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 야구”라며 “1번부터 9번까지 홈런을 치는데 세계 어디에도 이런 야구는 없다. 지금의 우리나라 야구가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5점차는 우리나라에서 작은 차이”라며 추격의 불씨를 확실히 잠재워야 한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크게 이기고 있더라도) 주자가 나가고 쌓이면 결국 권혁을 써야 한다. 그럴 바에야 주자 없을 때 권혁으로 간단하게 끝내는 게 낫다”면서 “길게 끌 필요가 없다. 벤치에서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 마무리투수 뒤에 나올 투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권혁도 최근 8경기 중 실점을 내주지 않은 게 2경기 밖에 안 된다”며 “넥센 손승락도 150km를 던지지만 맞는다. 경험이 없는 투수들로 그런 상황을 막을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김 감독은 “중간투수도 선발처럼 로테이션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럴 만한 팀이 없다. (SK감독 시절에는) 같은 왼손이라도 쓰는 토막이 달랐는데,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안된다”면서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바깥에선 단면만 보니까 혹사라고 비난을 하는 것”이라며 답답한 속내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우리나라 구단들이 가진 투수 난을 지적했다.
그는 “완투하는 투수가 몇(명) 없다. 7이닝을 던지는 선발(투수)도 얼마 없다. 어느 팀이든 투수가 모자라다. 선발도 그렇고 7~8회에 쓸 투수가 없다”면서 “올해처럼 신인투수들이 대거 던지는 해가 없었다. 선수가 많아도 (상황에 맞게) 쓸 수 있는 투수는 부족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타고투저' 현상에 대해 김 감독은 “타격은 연습하면 발전할 수 있다. 2000~3000개씩 배팅을 하면 되는데 투수는 그럴 수 없다”면서 타자들은 파워와 기술, 장비면에서 발전할 수 있지만 투수들의 구종에는 한계가 있음을 이야기했다.
이상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