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라고 돈을 막 빌려주더니 하루 아침에 이렇게 바꿔버릴 수 있나!”
규제를 풀어주면서 빚을 내 집을 사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정부가 불과 1년 만에 규제를 강화하며 '내 집 마련을 위한 빚 내기'에 제동을 거는 등 정책을 확 뒤엎어버려 금융소비자들의 비난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대출금리 인하 등을 하면서 '대출을 통한 집 사기'를 적극 독려하던 정부는 1년 만인 지난달 22일 이를 뒤집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놨다.
대출자의 상환 능력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 등 3가지 사항이 골자다. 주택 담보대출을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 모두 나눠갚으라고 했다. 소득 범위 내에서 대출 취급이 이뤄지도록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검증하고, 은행권 중심으로 대출이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상호금융권과 제 2금융권의 신용대출이 증가하는 풍선효과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도 했다.
내년 1월부터 금융회사들의 주택담보대출 심사 방식은 담보 위주에서 대출자의 상환능력 위주로 바뀌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높아 상환에 부담을 크게 느끼는 대출자는 분할 상환 방식을 선택하도록 해 무리한 대출은 억제될 수 있겠지만 이는 지난해 규제를 완화해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고 유도했던 정책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에 앞서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고 주택거래를 저해하는 규제 등을 정상화해 시장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부동산 규제완화로 가계부채가 금액면에서는 조금 늘겠지만 가계대출 구조가 개선되면 리스크가 줄게 될 것”이라고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출금리를 낮추고, DTI 규제를 풀었다.
하지만 정부는 가계빚이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으로 가게부채가 불어난 데다 하반기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가계부채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불과 1년 만에 정책을 뒤집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부채를 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110조원에 육박한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도 8조1000억원이나 돼 594조5000억원을 초과했다.
정부의 이런 정책 기조에 금융소비자들은 오락가락하면서 불신만 커지고 있다.
이모(43·대전 서구)씨는 “대출금리를 낮추고 규제를 풀면서 돈을 빌려 집을 사라고 하더니 이제 와서 대출을 깐깐하게 해서 안 빌려주겠다는거냐”며 “불과 1년 사이에 정책을 확 바꿔버리는 정부를 어떻게 믿겠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최모(52·대전 동구)씨도 “전세는 없고, 월세는 비싸 큰 마음 먹고 빚을 얻어 집을 겨우 샀는데 원금을 상환하면서 어떻게 버틸 수 있느냐”며 “나처럼 집을 산 주변 사람들과 한숨만 쉬고 있다”고 말했다.
최두선·최소망 수습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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