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통장 120년 만에 역사 속으로… 9월부터 단계적 감축

금융 전산화로 '무용지물'

120년의 역사를 가진 종이통장이 오는 9월부터 단계적으로 줄어들고, 2017년부터는 미발행 원칙이 적용된다.

금융감독원은 29일 금융사들이 발급하는 종이통장을 대대적으로 감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은행의 태동기인 1897년 최초의 상업은행인 한성은행을 통해 처음으로 선보였던 종이통장은 118년 만에 사라지는 셈이다.

금감원은 오는 9월부터 종이통장을 원하지 않은 고객에게 금융사의 인센티브를 주고, 2017년 9월부터는 아예 발행하지 않도록 했다.

이는 금융전산화로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 버린 데다 종이통장의 필요성이 줄어든 만큼 금융사에도 불필요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고령층 등 기존 종이통장을 선호하는 계층이 있는 만큼 2년간 유예기간을 둬 자율적인 축소를 유도한다. 2017년 9월부터는 60세 이상의 고령층이나 종이통장을 희망하는 고객에 한해서만 종이통장을 발급하며 2020년 9월부터는 종이통장 발급을 원하는 고객에게 통장발행 원가의 일부가 부관된다.

종이통장 없는 금융거래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 영국 등 금융선진국은 1990년대부터 종이통장을 발급하지 않고 독일, 중국도 미발행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통장 분실ㆍ훼손, 인감변경 등에 따른 통장 재발행으로 금융소비자가 은행에 내는 연간 수수료는 60억원에 이른다.

이와관련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은 “이미 종이통장을 발급받은 고객에 대해서도 이 같은 방침에 따라 무통장거래를 권유할 것”이라며 “수년 내에 무통장 금융거래 관행이 정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소망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