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시절, 공부를 안했다. 그렇다고 친구들과 몰려 다니며 왁자지껄하게 놀았던 것도 아니다. 소년은 혼자서 판자촌을 돌아다니며 묵묵히 시간을 보냈고 그 때 느낀 경험과 정서가 녹아나와서일까?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대입 수능이 끝나고서는 자신의 첫 번째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를 완성하게 됐다.
1991년생 올해 24살, 팽재훈 씨의 이야기다. 팽 씨는 한남대 예술문화학과 4학년에 재학중이다. 원래 타 대학 공대에 입학했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았다. 3학년 때 한남대로 편입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부모님의 반대가 컸다. 중학교 교사인 아버지와 간호조무사인 어머니는 보다 안정적인 진로를 원하셨던 것.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에도 영화를 향한 꿈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지금까지 만든 단편영화는 모두 3편이다. 수능 끝나고 완성한 시나리오로 대학 1학년 때 만든 첫 작품이 '나는 다니고 싶다'였다. 대학 등록금이 없는 가난한 학생에 대한 7분짜리 작품으로 촬영을 맡은 친구와 단 둘이서 작업했다. 팽 씨가 감독을 맡고 배우로 연기까지 했다. 2010년 대전독립영화제 본선에 진출했고, 인디포럼에 출품해서 상영작으로 선정됐다. “첫 작품 덕분에 많이 배웠고 좋은 경험을 많이 쌓았다”는 설명이다.
2번째 작품은 '파라다이스', 대학 1학년 때 군입대하기 전에 찍었다. 이 작품 역시 감독에 주연까지 맡았다. 상상 속에 갇혀있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3번째 작품은 2013년 군에서 제대하고 구상한 작품이다. 교내에서 과제형식으로 찍었다. '커피와 담배, 때때로 소주'라는 제목으로 같은 과 친구들과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도 하고 주연배우로 연기도 했다. 동아리 방에서 생활하는 대학 4학년의 이야기를 그렸다. 후배들에게 무시당하는 선배, 담배 살 돈이 없어서 꽁초를 모아서 피고, 버려진 꽁초와 남겨진 소주를 모아서 파티를 하는 우울한 청춘의 모습을 담았다. 지난 6월에 영화작업을 하고 학교에서 상영회도 가졌다. 올해 대전독립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이다.
팽 씨가 관심을 갖고 영화를 통해 그리고 싶은 인물들은, 'A급'과는 거리가 먼 이른바 '폐급'이다. “너무 완벽한 친구들은 뭔가 틀이 채워져있는 느낌”이라는 팽 씨는 “뭔가 부족하고 떨어지는 친구들, 그런 친구들을 보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다”고 한다.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그 세상을 영화 속에 그려내는 '씨네 청춘', 팽 씨는 내년 대학 졸업을 앞두고 충무로 연출부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감독이 꿈이다. 영화판에서 놀고 싶다”는 팽 씨는 “영화는 재미있는 놀이다. 찍을 때는 힘들고 짜증나지만 완성되고 나면 힘들었던 걸 잊을 만큼 좋다”고 한다.
그런 팽 씨에게 앞으로 감독이 되면 어떤 작품을 찍고 싶은지 묻자 “중요한건 이번에 만들, 다음 작품”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시나리오를 3편 써놨는데 공모전에 떨어졌다. 새로운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라는 팽 씨는 먼 미래의 작품보다도 지금 당장, 다음 작품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한다. 묵묵히 영화의 길을 가려는 24살 '씨네 청춘', 팽씨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김의화 기자 joongdonews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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