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자 원앙초 교감 |
우리학교 또한 천혜의 자연적 교육환경을 지니고 있는 터라 올해는 본격적으로 학생중심의 학교 텃밭을 꾸려나가기로 하고 지난 5월부터 텃밭 가꾸기를 시작했다. 울타리처럼 남·서·북쪽에 자리한 학교 텃밭을 3개 구역으로 나누고 그 중 2개 구역을 학생들이 직접 고구마를 심고 가꿔보는 생태체험장으로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유치원 아이들의 고사리 손부터 시작하여 학년별로 시간차를 두고 전교생이 고구마를 심었다.
그동안 학교 운동장의 흙이라도 만져볼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텃밭의 흙을 파고 고구마 순을 심으며 또 다른 방법으로 흙과의 정서적 교감을 나눴다. 가끔 튀어나오는 지렁이와의 대화, 떼를 지어가는 개미들과의 씨름, 이름 모를 벌레와의 경쟁 속에서 아이들은 손에 쥐었던 고구마 순도 놓아버린 채 시간가는 줄 모르는 재미에 푹 빠지기도 하였다. '땅 속에 무엇이 있을까?', '무엇이 살까?'하는 호기심은 처음 가졌던 두려움을 놀라움으로 바꾸어 주었고 부드러운 흙장난은 조물조물 오감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은 고구마 심는 일을 일이 아니라 놀이로 변신시켜 즐기고 있었다. 이는 아이들의 상상과 창의가 잠자는 감성을 깨우고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실제 고구마를 심고 가꾸면서 경험을 통한 삶과 연결되는 학습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농사에 대한 경험부족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찾아온 극심한 가뭄은 우리에게 텃밭 가꾸는 일조차 호락호락 넘겨주지 않았다. 아침 일찍 또는 저녁 늦게까지 물을 주면서 고구마 순이 하루빨리 자리를 잡고 일어나기를 바랐다. 하늘을 바라보며 비를 기다리는 아이들이나 선생님들의 마음엔 온통 고구마뿐이었다.
처음엔 교사들이 앞장서 시작한 일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도 자기 할 일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자율성과 책임감이 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기 집에서 고구마 밭이 내려다보이니 스프링클러를 관리해 보겠다는 아이도 나오고, 아침저녁 부지런히 플라스틱 병이나 물뿌리개를 들고 고구마의 갈증을 덜어주는 아이들도 나오고, 오가며 풀을 뽑는 아이들도 점차 늘어났다. 고구마에 새 순이 돋고 그것들이 고개를 들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가는 모양을 보면서 자람에 대한 기쁨을 맘껏 누릴 수 있으니 이보다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깨우는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사람도 그렇지만 동물이나 식물이 하루하루 자라면서 보여주는 변화는 아이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최적의 보물이다.
가끔 농사짓는 일이 가꾸는 정성과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번 고구마 농사에 들어간 돈을 생각해도 그렇다. 액수로 계산하면 그 돈으로 전교생이 고구마를 사 먹어도 남을 액수지만 어찌 교육에서 얻어지는 것만 볼 수 있으랴. 아이들이 고구마 하나를 얻기 위한 수고가 얼마인지를 경험한다면 또 다른 것들도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시는 분들께도 고마운 마음이 생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게 되지 않을까?
학교 텃밭 가꾸기는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으로 아이들이 모종을 심고 잡초를 뽑으며 농사의 가치와 생명의 소중함을 배울 뿐만 아니라 생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자연을 사랑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소유하게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스쿨 팜의 텃밭 가꾸기는 총체적 교육활동에서 감초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약방의 감초가 한약재들의 약성을 중화시켜 우리 몸에 이로운 한약을 만들어주듯 스쿨 팜의 텃밭 가꾸기도 교과교육 뿐 아니라 창의적 체험활동을 넘어 창의 인성을 지향하는 미래인재양성교육에 단단히 한 몫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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