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겸 사서(유성도서관)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저자로 유명한 요나스 요나손의 뒤이은 장편소설로 단조로운 일상의 활력소가 되어 주는 책이다. 스웨덴 작가인 요나스 요나손는 15년간 기자로 일했고, 이후 기업가로 활동했다가 회사를 매각하고 2007년 스위스로 이주한 뒤 오랫동안 구상해온 소설을 집필했다고 한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 이어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는 출간 6개월만에 26개국에 판권이 팔리고, 현재까지 7개국에서 출간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 셈을 할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
주인공 놈베코의 다채로운 사건의 과정들을 따라가 보고, 책 속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주인공 놈베코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소웨토라는 빈민가에서 약물중독자인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다. 다섯 살 때부터 분뇨통을 나르며 혼자 힘으로 생계를 이어 가야 했던 흑인 소녀 놈베코는 빈민촌 출신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숫자에 대해서 만큼은 천재성을 드러낸다. 숫자에 대한 천재성으로 위기를 모면하기도, 위기의 상황에 깊숙이 관여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사실, 놈베코에게 타고난 천재성은 부러움 그 자체였다. 약물중독자인 어머니에게 했던 모습, 호색가인 옆집 노인에게 보였던 태도는 어린 아이답지 않은 설정이었다. 뛰어난 판단력과 놀라운 추진력이었지만, 매몰차게 느껴졌다.
학습의욕이 높았던 놈베코는 자신이 살고 있는 빈민촌을 벗어나고 싶은 굴뚝같은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했고, 여행의 목적지는 프리토리아 시의 국립도서관이었다. 배움이 하나도 없는 놈베코는 도서관을 어떻게 알았는지, 이지성 작가의 '리딩으로 리드하라'라는 책의 제목처럼 도서관의 책을 통해 많이 알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놈베코는 목적지에 가기도 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다. 놈베코는 교통사고의 피해자이지만, 판사의 판결은 흑인인 놈베코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린다. 이 우연한 사고로 주인공 놈베코는 도서관이 아닌 핵폭탄 개발에 연루되며 끝없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3메가톤에 달하는 핵폭탄을 둘러싸고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게 되고, 실존 정치적 인물들이 이야기 속에 등장한다.
궤짝에 싣린 핵폭탄은 어떻게 되었을까? 핵폭탄의 처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래서 책장을 빨리 넘겼다. 시작에 비해 결말이 다소 약하다는 생각도 있지만, 그 보다는 궤짝에 싣린 핵폭탄의 처리로 정신없고 시끄러웠던 상황과는 달리 세상은 너무나 평화로왔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저자 요나스 요나손은 이 책을 통해 현실을 유쾌하면서 재치있게 풍자하여 조금은 엉뚱하지만 흥미로운 책이라고 보여지며, 작품 속 주인공 또한 여자지만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소녀답지 않게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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