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인지 조차 모르겠다는 비판을 받던 충남도 '3농혁신'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농민들은 농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도가 나서서 그들의 농산물 판로를 개척해 주는 것이다.
22일 도와 도의회, 농민들에 따르면 충남은 65세 이상이 농업인구의 55.8%에 달하는 등 심각한 고령화에 시달리고 있다. 고령의 농민들은 보조금 수령 신청서 등 서류작성 조차 할 수 없고, 심지어는 관련정보 조차 알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농민들을 앞에 두고 도는 수년에 걸쳐 '3농혁신', '6차산업화', '역량강화', '지속가능한' 등의 고급용어만 쓰면서 이론 공부만 해 왔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같은 목소리는 도 내부에서도 나오는 실정으로, 최근 '3농혁신 등 정책 특별위원회' 가동 등 도의회의 포화가 집중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전국 롯데슈퍼 매장에 충남의 유기농산물을 납품하기로 한 협약은 간만에 농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일을 해냈다는 호평이다.
주인공인 이건호 친환경농산과장은 “단발의 유기농산물 공급 계약에 그치지 않고, 자문단을 구성해 실적관리를 하는 등 꾸준한 충남 농산물 공급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는 이제야 농민이 체감할 성과를 냈지만, 지역농협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농민들의 마음을 꿰뚫고 있었다.
“조합원들은 생산에만 신경 쓰십시오! 판로와 소득은 농협이 알아서 하겠습니다.”
지난 3월 홍성 장곡농협 조합장 선거에서 당선된 임재춘 조합장이 내건 대표 구호다. 이 구호는 농협이 해야 할 일을 가장 명확하게 전달했다는 평을 받았다.
농협뿐만이 아니다. 같은달 당선된 윤주선 홍성군산림조합장 역시 조합원들이 재배·생산한 각종 수목과 조경수들은 모두 산림조합에서 책임지고 구입 및 판매를 알선해 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현장의 목소리와 방침들은 '3농혁신이 농협 없이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농가소득을 높이는 등 실질적으로 농민 체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유기농산물뿐만 아니라 품질 좋은 일반 농산물 등의 판로 확대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도내 친환경인증농가는 6984농가, 이 중 유기농은 1813농가이며, 면적으로 따지면 도내 경작지의 4.2% 정도가 해당된다.
도 관계자는 “일반 농산물의 대형마트 공급 추진 등 도에서 농민들의 판로 확대를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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