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구 원신흥동 일대의 도로에서 30일부터 일주일간 '2015 슬라이드 대전 페스타'가 열린다. |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경제와 문화를 활성화한다는 취지지만, 상술과 안전, 책임소재 등에 대해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2013년 해병대 캠프 참사, 2014년 세월호 참사, 올해 메르스 사태 등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허가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대전마케팅공사와 문화기획단 '정상인'이 공동 주최하는 '2015년 슬라이드 대전 페스타'가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일주일 동안 도안신도시인 유성구 원신흥동 도로교통공단 사거리 일대에서 진행된다.
슬라이드 페스타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를 시작으로 라스베이거스와 영국 런던 등 해외 여러 도시에서 열리는 행사다.
최고의 볼거리는 330m에 달하는 워터슬라이드(물이 흐르는 미끄럼틀)다. 여기에다, 'DJ풀파티'와 각종 공연, 수영복 패션쇼 등 볼거리와 푸드트럭존 등 먹거리가 결합한 축제다. 이용 예상인원은 하루 1만여 명으로, 입장료는 5000원~1만9900원이다. 평균 입장료를 1만2450원으로 환산하면 총 예상수익은 8억715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행사는 '정상인'이 마케팅공사에 제안한 사업이다. 예산을 한 푼도 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사는 대전 브랜드를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흔쾌히 수락했다.
그러나 아직 허가를 받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장소 때문이다. 길이 330m, 폭 15m에 달하는 워터슬라이드를 설치하기 위해 총 12개 차선 중 10개 차선이 필요하다. 사실상 차량을 차단할 수 밖에 없다. 엄밀히 따져 민간업체의 수익사업을 위해 시민에게 도로 이용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안전문제가 가장 우려된다. 이 업체가 유성구에 제출한 안전관리계획서에 따르면, 슬라이드와 무대, 조명, 음향안전대책을 비롯해 사고 등 재해발생때 대응매뉴얼, 경찰서와 소방서와의 협조체제, 각종 보험가입 등의 대책을 수립했다. 미국의 엄격한 안전관리 규정과 수질관리, 행사운영 경험을 통해 각종 재해와 재난, 안전사고 대비계획을 세웠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하지만, 영·유아에서부터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하루 이용 예상인원을 1만명으로 추산한데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물놀이와 축제, 음주 등이 계속된다는 점에서 자칫 대형 사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전시와 유성구가 허가를 놓고 책임을 떠넘기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유성구는 도로 전체를 차단하는 건 도로점용 허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교통통제로 해결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도로관리권자인 시가 교통통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경찰 측에 보내면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시는 구가 도로점용 허가만 해주면 된다는 입장이다. 공익사업이 아니라 민간의 상업적인 사업에 교통통제 허가를 해주면 신청하는 업체가 우후죽순 늘 것이라는 게 시의 얘기다.
교통통제만 하면 업체 측은 한 푼도 내지 않고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도료점용 허가 절차를 거치면 10일(행사장 설치 기간 포함)동안 8000만원~1억원 정도의 점용료를 내야 한다.
구청 관계자는 “도로점용 허가를 해주면 우리도 책임져야 하는데, 만약 사고라도 나면 책임 소재 등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업체 대표는 “단순히 이벤트 행사가 아니라 지역에 여름관광상품이 없어 마케팅공사와 관광상품으로 만든 것”이라며 “수익 위주가 아니라 공익적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희진·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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