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산성을 찾은 시기는 한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였다.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매표소로 향했다. 매표소까지 걸어가는 길도 정돈이 잘 되어있었다.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니 울창한 숲과 정돈된 길이 보였다. 가족단위, 연인, 친구와 같이 온 사람들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걷고 있었다. 우리도 사람들을 따라 길을 걸었다. 조금 올라가니 안내판이 나왔다. 산책로의 코스와 길이 등이 자세히 적혀 있었고 이곳에서 사람들이 각자의 목표지점으로 흩어졌다. 그
러나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낙화암과 고란사가 있는 길을 택했다. 여기저기서 지저귀는 새소리와 상쾌한 공기가 기분까지 들뜨게 만들었다. 느림의 미학이 이런거구나 싶었다. 힘이 조금 든 것도 있었지만 더 천천히 올라가려고 애썼다. 숲의 정기를 느끼고 삼림욕을 더 하고 싶은 생각에 올라가는 길에 약수도 한 사발 마시고 중간중간에 마련된 의자에서 쉬기도 하며 낙화암까지 갔다. 낙화암에 도착하니 아버지가 즐겨 부르시던 백마강이란 노래가 생각났다.
'백~마강~에~ 고요한 달~밤아~ 고란사에 종소리가 들리어 오면 구곡간장 찢어지는 백제 꿈이 그립구나 아~~ 달빛어린 낙화암의 그늘 속에서 불러보자 삼천 궁녀를~' 새삼 옛 생각이 나며 웃음이 피식 나왔다. 지금은 아버지의 18번이 바뀌었다. 먼저 온 팀들은 백마강이 바라보이는 낙화암에서 다들 사진을 찍고 있었고 우리도 그 틈에 끼어들어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고 주변을 구경한 후 고란사까지 갈지 말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고란사는 낙화암에서 조금 험난한 길을 내려가야 한다. 결국은 아이들이 있어 고란사는 다음에 가기로 하고 우리는 왔던 길을 되짚어 나왔다. 그리고 점심과 휴식을 위해 장원막국수로 향했다. 기본 30분은 기다려야하는 집인데 점심시간 전에 가니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 시원하게 막국수를 한 그릇을 해치우고 우리는 다음 장소인 궁남지로 행선지를 잡았다. 부소산성, 장원막국수, 궁남지가 다 차량으로 5분거리에 있다.
궁남지의 첫 인상은 좋았다. 첫 발을 내딛자 은은한 연꽃향을 맡을 수 있었는데 사람의 마음까지 평온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라 정말 좋았다. 수양버들과 연꽃이 핀 연못 사이를 걸으며 이것저것을 구경했다. 연꽃을 주제로 한 시(詩)도 눈에 들어왔고 축제를 위한 무대와 더위를 식혀주기 위해 만든 장치도 보였다. 중간중간 위치한 정자에서 바라본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했다. 봐도봐도 질리지 않았고 나무다리를 지나며 구경하는 재미, 맑은 물이 흐르는 조그만 돌다리를 건너는 재미 등 지루하지가 않았다.
구름다리를 건너 작은 섬에 자리 잡은 포룡정도 구경했다. 궁남지의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움과 편안함 같다.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멋스럽고 아름답다. 축제기간 중 궁남지를 찾아 오면 이런 멋스러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오는 18일 이곳에서 열리는 제1회 부여 궁남지 연꽃사랑길 걷기대회에 참가하면 연꽃단지와 백마강변, 부소산 등을 구경하며 여름밤의 추억을 남길 수 있게 된다.
▲가는길=대전 서부터미널에서 가는 버스가 있다. 터미널에서 도보로 부소산성과 궁남지 이동이 가능하다. 차량은 국도로 1시간 정도 걸린다. 도로 사정이 좋아 가는 길이 편하다.
▲먹거리=장원막국수를 비롯해 연잎을 이용한 식당들이 많다.
이성희 기자 token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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