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과 비박 등 애매한 스탠스에 있던 의원들의 '위치'가 정해지며 내년 4월 20대 총선의 프레임이 자연스레 친박으로 짜여지는 모양새다.
충청 민심이 아직까지 친박 성향이 강하다는 점 때문에 충청 의원들은 유승민 사퇴의 돌격대 역할을 해 와, 결국 유 원내대표를 사퇴시키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
충청 의원들이 나선 건 당내 권력지형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주목을 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이에서 대구 경북 의원들은 곤혹스러운 입장이어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가까운 이장우(대전 동구), 김태흠(보령 서천) 의원이 총대를 멨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오, 김용태, 정두언 의원 등 비박계 수도권 의원들에 맞서 충청 의원들이 '유승민 정국' 속에서 두 차례의 회동을 통해 친박 색깔을 확연히 드러냈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던 충청 의원들이 독자 노선을 걸었다는 점에서 중앙 정치권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3선의 정우택 의원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 의원은 충북지사 시절만해도 친박계로 돼 왔으나 19대 국회 들어서는 청와대와는 거리를 둔 행보를 해왔다.
정 의원이 이번 국면에서 충청의 맏형 역할을 하려는 것에 대해 '포스트 JP'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게 일반적이다. 정 의원에게는 표 결집과 확장성을 높일 수 있었던 이번 정국이 절대 호기였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충청 원내대표론' 주자로 정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정 의원은 아직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배신의 정치'라는 말에 친박계와 친박성향 의원들이 한데 힘을 모아 '충청=친박'이라는 공식을 새로 만들어냈다.
돌격대 역할을 한 충청 의원들에게는 어떤 '선물'이 돌아올 지에 대해서도 여러 루머가 확산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예산 국회에서 지역 현안 사업비를 얼마나 확보하는지가 그 첫 잣대가 될 전망이다. 일명 '친박 예산'으로 불릴 2016년 충청 예산에 지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가 추진하는 완전국민경선제를 어느 정도 견제가 가능해졌다는 게 또 다른 성과물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친박을 배제한 공천 분위기를 사전 차단했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선 충청 의원들이 너무 '찐한 친박' 색을 보여줘 내년 총선 구도에서 '친박 프레임'에 갇힐수도 있다는 우려감도 적지 않게 돌고 있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당내 친박-비박계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일부 충청 의원들 사이에서는 '친박 실력행사' 수위를 두고 너무 앞서 간 게 아니냐는 불편한 심기도 감지되고 있다.
서울=오주영 기자 ojy8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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