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산골 작은 학교의 큰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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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산골 작은 학교의 큰 행복

  • 승인 2015-07-07 14:12
  • 신문게재 2015-07-08 18면
  • 이정순이정순
▲ 이정순 금산 진산중 교장
▲ 이정순 금산 진산중 교장
대둔산 자락 진산골에 매일 오후 1시 20분이 되면 관악의 향연이 펼쳐진다. 점심식사 후 이 뜨거운 여름에도 땀 흘리며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학생들도 관악 동아리를 시작하는 종소리가 울리면 축구를 멈추고 모두 다 악기실로 향한다. 저마다 자기 악기를 들고 파트실에 모여 플루트, 클라리넷, 색소폰, 튜바, 트럼펫, 트롬본, 호른, 타악기 등 8개 동아리에서 전교생 56명 모두 저마다 악기연주를 뽐낸다.

전교생 56명의 산골 작은 학교에서 어떻게 전교생이 모두 오케스트라에 참여할까? 악기가 있나? 왜 오케스트라를 하는걸까? 등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4년전 진산중학교에 부임해 어느날 방과후 활동시간에 순회하다보니 우리학교에서 제일 학습이 뒤떨어지는 2명의 학생이 오카리나를 열심히 연주하는 것을 보았다. 그 모습이 너무도 신기하여 음악선생님에게 여쭤 보았다. 저 애들이 악기를 연주할 수 있냐고. 그 학생들은 악보를 볼 줄은 모르지만 계이름을 외워서 연주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구나! 그 아이들은 악보를 외워 그 순간 만큼은 열심히, 즐겁게 흥에 겨워 연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눈에는 그 순간만큼은 그 학생들이 매우 행복하게 보였다. 그 모습이 오랫동안 나의 뇌리에, 마음에 남아 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생활이 정말 즐거울까? 학교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 산골 작은 학교의 특성을 살려 전교생이 함께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먼 훗날 어른이 되었을 때 산골 작은 학교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며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을 학교에서 해주면 어떨까?

그것이 바로 오케스트라였다. 약 1억원이 소요되는 오케스트라 창단을 위해 총동문회 임원들과 만나 후배들에게 악기기부를 해줄 것을 부탁했다. 개교 6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진산중학교 동문들은 학생 수가 줄어가는 모교에 대한 안타까움과 후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의기투합돼 악기 기금 모금운동을 전개했다. 이러한 소식을 듣고 금산군청에서도 지원해주었고, 마침 도교육청에서 추진한 1교 1지역 합주단에 공모하여 4000만원의 지원도 받았다. 진산골 오케스트라는 동문과 지역사회, 교육청의 후원으로 자생적으로 탄생한 오케스트라다.

이렇게 2013년에 진산골 윈드오케스트라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변화는 우리 학생들이 모교에 대한 자부심,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학생은 1명도 없다. 모두 다 참여하고 있고, 그래서인지 낙오자도 없다. 학력에서도 낙오자가 없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2년 연속 기초학력미달자 제로화를 달성했다. 전체 합주 하는 장면을 보면서 부모들과 동문들은 깊은 감동으로 마음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젖는다. 우리 교직원들도 큰 감동을 받는다. 그런 학생들을 보면서 우리가 어떤 교육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오직 학교에서의 교육만으로 산골 작은학교 학생들은 2014년 충남음악경연대회에 참가해 관악부문 은상이라는 우수한 성과도 거두었으며 총동문회와 금산인삼축제시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진산중학교에 금산군청과 의회, 지역주민들의 열정으로 6억을 투자해 운동장 현대화 및 생활체육시설을 조성하고 학생은 물론 지역주민의 체육 여가활동의 장으로 활용되다보니 학교와 지역사회간의 신뢰, 유대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산골 작은학교 56명의 학생들이 큰 행복을 마음껏 누리기까지 교직원들의 사랑과 열정, 동문 및 지역사회의 학교에 대한 신뢰가 있다. 산골 작은학교에서만이 누릴 수 있는 보람과 큰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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