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생활에서 나눔은 상부상조, 아끼고 절약해 실천할때 더 값져
어떻게 하면 받은사랑 돌려줄까 고민하던끝에 나눔의 기쁨 알게돼
30년간 정성스레 일군 삶의 터전, 손님의 60%는 외지에서 찾아와
대전충남 아너소사이어티 통틀어 가장 먼저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주인공이 바로 부여 이훈구 혜성당한약방 원장(사진·64)이다. 뒤에서 조용히 남을 돕는 일에 헌신적인 조용하고 겸손한 성품의 이훈구 원장은 소중한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취지에서 본보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이에 지난 달 26일 오후 부여군 부여읍 사비로 71번길에 위치한 혜성당한약방을 찾아가 이훈구 원장을 만나 어려운 이웃과 나누면서 사는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원장님, 안녕하셔요. 한약 달이는 냄새가 그윽하네요. 혜성당한약방의 의미는 뭔가요?
▲지혜 지(慧)자와 정성 성(誠)자를 써서 지혜와 정성을 다하는 한약방을 의미합니다. 부여군 초촌면에서 13년동안 약국을 했고, 부여읍내 현재의 이 자리에서 18년째 하고 있지요. 제가 앨범에서 가장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사진이 초촌면에서 처음 한약방을 시작할때의 사진이랍니다. 돈 욕심 안 부리고 정말 환자분을 낫게 해드리려는 정성으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부단히 책을 읽으면서 양한방 모두에 신경을 써서 극진히 약을 처방해드리고 있죠. 그러다보니 전국에서 오는 외지인 손님이 60%를 차지합니다. 이 분들을 위해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월요일부터 토요일을 한결같이 상담해드리고 약을 처방해드리지요. 저는 산나물이나 나무껍질 등 식물성 한약재를 무한신뢰합니다. 사람들이 저더러 피부가 매우 좋다고 하는데 제가 식물성 위주의 식생활을 하는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욕 없는 마음도 피부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원장님은 아너소사이어티가 되시기 전에도 매년 연말이면 쌀을 기탁하는 봉사를 하셨고 로타리를 통해서도 많은 봉사활동을 하신걸로 압니다. 남다른 사회봉사 동기가 있으신지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 혼자만의 힘과 능력만으로는 살 수 없고 사회라는 공동체 속에서 상부상조하고 살게 됩니다. 모든 사람은 누군가로부터 직· 간접적인 도움을 받으면서 살기때문에 나 자신만을 위해서 살면 안되고, 나누고 베풀면서 보은의 차원에서 사는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남들이 다 그렇듯이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았습니다. 이제까지 60여년 생애를 사는 동안 지역주민분들의 사랑과 성원에 힘입어 생계를 유지해왔고, 무사히 자녀교육을 마쳤기 때문에 그 고마움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려는 마음에서 사회봉사를 하게 됐습니다.
-원장님은 매년 연말이면 나눔의 쌀을 기탁하고 있으신데요. 쌀을 기탁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요.
▲1년에 쌀 80㎏짜리 100가마를 사회에 기탁하는 봉사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오래 전부터 지니고 있었던 소망이었답니다. 그래서 지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설명절이 되면 부여군 관내 어려운 형편의 분들에게 작지만 제 정성의 마음을 나누고 싶어 '나눔의 쌀'을 부여군에 기탁하고 있습니다. 이왕 기탁하는 쌀이라면 최대한 좋은 품질의 쌀을 기탁하고 싶어 평야지대에서 당해년도 생산된 햅쌀을 골라 가격을 절대로 깎지 않고 직접 제가 먹어보고 구입하고 있습니다. 2009년부터 지난 7년 동안 10㎏× 5012포 9701만 2500원을 기탁한 셈입니다.
-원장님은 혜성장학회 등을 통해 꾸준히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오셨지요?
▲예.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중에서 인성이 바르고 근면 성실해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는 학생들을 선발해 격려하고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어 제 모교인 부여고등학교에 장학금을 지급했습니다.
지난 2001년도에 255만3900원, 2002년도에 758만5200원, 2003년도에 651만1600원, 2004년도에 629만9400원 등 총 2295만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했지요.
-원장님은 가로수도 기증하셨다고 들었습니다.
▲1984년 초촌면에서 혜성당한약방을 개원한 후 13년 동안 운영해 오다가 현재의 혜성당 한약방이 위치한 부여읍으로 확장 이전했는데 그동안 초촌 지역민들께서 보내주신 성원에 대한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어서 2012년 4월 초촌면 입구에서 송국리 선사문화유적지까지 가로수 조성용 왕벚나무 230그루를 1600만원에 구입해 기증했습니다.
-원장님은 대전충남 최초의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되셨는데요. 가입 동기가 있으신지요.
▲전국적으로 선배 아너 회원님들의 면면을 살펴 보면 큰 사업을 하시는 대기업 오너분들이 많으신데 저와 같이 시골에서 조그마한 한약방을 운영하는, 결코 부자가 아닌 사람이 아너클럽에 가입해도 되는지 망설였고 조심스러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 자신의 생활을 절제하고 절약을 해서 해보자고 용기를 내서 자발적으로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연락을 하고, 2012년 1월 8일 충남도 1호(전국 88호)로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했습니다. 지금까지 약정금액 1억원중 85%의 목표를 달성했고, 이제 조금 있으면 목표 1억원 기부를 다 달성할 듯 합니다. 앞으로도 나눔의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는 대열에 계속 동참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원장님은 로타리 활동을 매우 적극적으로 해오셨는데요. 로타리에 대한 애정이 무궁무진하셔서 로타리 책자까지 만드신걸로 압니다. 국제봉사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실까요?
▲세계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하나의 지구촌이 되었습니다. 나만, 우리지역만, 내 나라만 편안할 수가 없고, 지구촌 전체가 편안해야 우리나라도, 우리지역도, 나또한 편안한 세계가 됩니다. 그래서 국제봉사단체인 국제로타리 3680지구 부여중앙로타리클럽에 1993년 창립회원으로 가입해 22년 동안 활동중입니다. 로타리에서의 제 아호는 道炫(도현)입니다. 1997년과 98년엔 클럽회장을 지냈고, 2010년부터 2011년까지는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특별대표를 역임하면서 부여 사비성로타리클럽을 창립시키는데 산파역할을 했습니다.
국제로타리재단에 15,100달러를 기부해 고액기부자가 되었고, 한국로타리 장학재단에 6,300,000원을 기부했습니다. 또 부여중앙로타리클럽 장학재단에 5,000,000원을 기부했습니다. 제가 로타리를 너무너무 사랑하기때문에 「로타리상식」책자를 저술해 필요한 회원들에게 무료로 배부하는 일도 했습니다. 2009년 4월11일엔 국제로타리 3680지구 2400명중 유일하게 국제로타리회장 특별상을 받았습니다. 국제로타리 초아의 봉사상을 받은 것도 보람입니다. 로타리 활동을 통해 지구촌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세계평화와 이해증진'이라는 로타리 이상 구현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삶이 보람되고 기쁩니다.
-원장님, 대전지방보훈청과 상이군경회 부여군지회에도 '나눔의 쌀'을 기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예. 지난 2012년 2월 대전지방보훈청에 쌀 50포(시가 100만원)를 기탁해 부여군 재가복지대상자 50가구에 전달했습니다. 또 지난해 7월에는 상이군경회 부여군지회(지회장 김영근)에 나눔의 쌀 50포(시가 102만 5000원)를 기탁했습니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끼니를 거르는 어려운 환경의 이웃들이 있기 때문에 이 분들에게 제 작은 사랑을 드리고 싶어 쌀을 기탁하고 있습니다.
-원장님,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으신지요.
▲제가 부자는 아니지만 제 생활을 절제하고 절약해서 경제력이 허락하는 범위내에서 나눔을 지속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저의 뜻을 단 한번도 반대하지 않고 선뜻 응원해준 제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까지 휴가 한번 가지 않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하고 있는데 아내가 늘 한약방에서 함께 일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단 한번도 제가 하는 일에 반대를 해본 적이 없고 늘 묵묵히 잘 따라주고 내조해주고 있는 아내가 정말 고맙지요. 앞으로 소망이 있다면 지금까지처럼 조용하게 살면서 경제적인 여건이 되는 한 지금까지 해온 봉사활동을 계속 하는 겁니다. 우리 사회가 나눔의 문화가 확산되고 정착되어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밝고 건강한 사회가 되는데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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