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시간과 돈이 많은 사람이 가는 것이 아니라 결정한 사람이 가는 것이란 말이 있다.
이종선(26·배재대 프랑스어문화학과 4학년·사진)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이 씨는 고등학교 1학년 우연히 보게 된 프랑스 영화 '사랑은 타이밍(Les Poupees Russes)'에서 유럽여행을 꿈꿨다. 영화의 촬영지를 찾아보고,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의 여행기를 접하며 유럽을 가기로 마음먹는다.
소년은 청년이 돼 본격적으로 유럽여행을 준비한다. 대학교 1학년 여름 방학때부터 고속도로에 가서 전봇대를 심고, 불난 식당을 치우는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해 조금씩 경비를 모았다. 2학년때는 근로장학생을 해 1000만원이 넘는 배낭여행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2013년 6월 22일 그는 드디어 영국에 도착한다. 그해 9월 1일까지 72일간 영국,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독일, 체코, 라트비아, 러시아 등 13개국을 거친 유럽일주를 마쳤다.
“신발 하나와 청바지 하나, 상의 몇 개만을 가지고 72일을 버텼어요. 식빵과 잼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었죠. 여행 마지막에는 캐리어가 고장나 스카치 테이프로 감고 다니기도 했어요.”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여행자였지만 이 씨는 방문한 나라의 신문을 모았다. 그는 그 나라에 대해 알려면 신문을 보라고 말한다.
“르몽드, 가디언 등 신문도 엄청 사가지고 왔어요. 종이 신문을 좋아해 지금도 영국과 프랑스 신문을 구독해요. 클린턴 자서전을 봤는데, '하루에 신문 두 개만 대학교 갈 때 까지 읽는다면 너는 성공할 수 밖에 없다'는 걸 보고 해오던 게 지금은 습관이 됐죠.”
소년은 청년이 돼 꿈을 이뤘다. 동시에 또 다른 꿈이 생겼다. 유럽여행 중 느꼈던 빈부격차는 그가 해결하고 싶은 대상이 됐다.
“노르웨이를 여행하던 중, 한편에선 명품 선글라스를 끼고 아이폰으로 전화통화를 하면서 지나가는데 그 옆의 20대 흑인은 앉아서 구걸하듯 물건을 팔고 있었죠. 궁금했죠. 왜 이렇게 됐을까.”
프랑스어와 러시아어를 복수전공하던 그는 수학과로 삼전공을 결정했다.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다.
고교 시절 그는 흔히 말하는 '수포자(수학 포기자)'였지만 사회에 대한 고민은 그가 중학교 수학책부터 다시 잡게 만들었다.
그의 꿈은 구체적이다. 대학 4학년인 그는 국내 대학원에 진학해 경제학 석사를 취득한 후 유학길에 오를 계획이다.
“학자는 연구만 하지 실질적으로 도와 줄 수는 없어요. 경제학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컨설팅회사에 들어갈 거에요. 헤지펀드를 만들고, 나중에 그 돈으로 재단을 설립해 도움을 주고 싶어요.”
박고운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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