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대전의 한 하천 잔디밭에서 여성(21)이 길이 15㎝의 흉기를 들고 걸어다니며 자신의 팔목을 긋는 등 자해를 시도했다. 관할 경찰서 형사들이 출동해 하천에 산책 나온 사람들을 재빨리 대피는 시켰으나, 자해 시도 여성에게 접근하거나 흉기를 내려놓도록 설득하지 못했다. 흉기 든 여성이 남성 형사들의 접근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대화도 거절했기 때문.
결국, 형사들은 뒤로 물러나고 흉기 든 여성에게 다가간 건 내근직의 여성 경찰이었다. 해당 경찰서 강력ㆍ형사 8개팀 중 여성은 하나도 없어 형사지원팀에 근무하는 여경의 지원을 받아 급히 현장에 투입한 것.
다행히 출동 여경은 무릎을 꿇은 채 여성에게 다가가 한 시간 동안 대화한 끝에 흉기를 내려놓도록 설득할 수 있었다. 지켜보던 시민들은 무릎 꿇고 한 시간을 대화한 여경에게 박수를 보냈고, 같은 서 형사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65년 전 공안국에 여성경찰과가 신설되면서 시작된 여성 경찰공무원 시대에 형사과는 여전히 금녀의 유리벽이 남아 있다. 대전 5개 경찰서 형사과 37개 강력·형사팀 중 여경이 팀장이나 팀원으로 합류한 곳은 중부서 1개 팀에 불과하다.
대전경찰에 현재 여경 267명 근무해 전체 현원의 9.9%를 이루고 있음에도 형사과의 강력·형사팀은 여전히 남성 중심의 조직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대전청의 전체 수사 인력 531명 중 여경 61명(11%)이 수사관으로 근무하고 있으나, 대다수 여경은 경제팀이나 지능팀에 배치됐다.
교통과 역시 남성 중심의 금녀의 부서로 치부되는 곳으로 대전 교통경찰 208명 중 여경은 17명(8%)이다.
충남경찰은 여성경찰의 비율이 전체 현원의 8.5% 수준이며, 경찰서 과장급인 경정 이상의 직급에 여경은 없고, 경감 중 1.8%, 경위 중 1.9%, 경사 중 8.3%가 각각 여경이다.
이같은 현상으로 2012년 경찰 조사를 받는 여성 피의자 중 여성수사관 비율은 대전경찰 0.7%에 불과했다.
함께 일하기 거북해 하는 남성 중심의 분위기가 형사과에 그대로 남아 있고 업무공백으로 여기는 차별적 인식이 주요 이유로 풀이된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수사과에 여경의 지원이 늘어 전체 수사인력 가운데 여경 비율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지원을 받아 형사과에도 여경 배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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