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제보]흩날리는 돌가루 온동네가 회색빛

유성구 신성동 빌라 철거현장, 인근 주민 속수무책으로 피해 작은규모의 공사 법적제재 없어 황당

▲건물 철거작업 중 돌가루가 심하게 날려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대전 유성구 신성동의 한 빌라 철거 현장.

대전의 한 빌라 철거 현장에서 돌가루가 심하게 날려 인근 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전 11시께 대전 유성구 신성동 한 빌라 철거 현장. 지상 4층 규모의 빌라를 굴삭기를 동원해 최상층부터 한 층씩 깨뜨리듯 부수는 작업이 지난 24일부터 진행돼 왔다.

포클레인이 빌라 건물을 부술 때 먼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물을 뿌리고는 있으나, 호스 하나가 전부였고 이마저도 고정돼 방향이 전환되지 않았다.

중장비가 건물 이곳저곳을 깨뜨려 허무는 과정에서 발생한 많은 양의 돌가루는 방진막을 넘어 주변으로 쉽게 퍼졌다.

이 때문에 철거 현장 주변의 식당과 주택은 무더위에 창문도 열지 못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회색 돌가루가 식당 입구의 바닥에 쌓여 눈 내린 듯 덮여 있었고, 창문 밖에 내놓은 화분은 회색 돌가루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주민 최모(55)씨는 “창문을 열면 잘 닦이지 않는 먼지가 수북이 쌓여 이 더위에도 문을 닫고 산다”며 “구청에 민원을 제기해도 공무원이 다녀갔을 때만 잠잠하다가 다시 심각한 돌가루가 넘어 온다”고 토로했다.

현장에는 철거 중인 건물 주변에 부직포 소재의 높이 4m가량의 방진막을 설치했지만 바람을 타고 위쪽으로 날리는 먼지는 속수무책이었다.

넓은 면적의 건물을 부수는 과정에 호스 하나로 물을 뿌려서는 먼지 확산을 예방할 수도 없었다.

현행법상 건축물을 철거할 때는 비산먼지 최소화를 위해 방진막이나 방진벽을 설치하고 물뿌림 등을 규정했지만, 방진막 높이나 물뿌림 방식 등은 명시하지 않았다.

또 연면적 3000㎡ 이상의 건물을 해체할 때만 비산먼지 발생을 신고하도록 의무화돼 이번처럼 작은 단위의 건축물 철거 공사는 신고도 없이 이뤄지고 있다.

철거 공사를 진행하는 업체 측은 “해체한 폐기물을 수송하는 작업을 남기고 있는데 앞으로는 양수기를 설치해 충분히 물을 뿌려 먼지를 줄인 후 철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임효인 수습기자 hyo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