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중】준공영제 시행 실태
【하】향후 10년 과제
오는 3일, 대전시 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된 지 정확히 10년째 되는 날이다. 2004년 5월 도입 결정 후 1년 2개월 후인 2005년 7월 4일 시행된 준공영제는 버스 운행은 민간기업이 맡고, 운영에 대한 결정과 책임은 지방자치단체가 맡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대전시가 예산을 들여 버스노선과 운송수입금, 운송원가를 공적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도입 전부터 혈세 낭비 등 숱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분명한 건 이용하는 시민은 물론, 버스업계 모두 시행 전보다는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이에 본보는 대전시 버스 준공영제 시행 10년을 앞두고,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기획시리즈를 세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버스 준공영제 도입, 시행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시점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당시만 해도 대전은 자가용 천국이었다. 도로율(26.4%)은 7개 특·광역시 중 가장 높았다. 그러다 보니 자가용 이용률(55%)도 두 번째로 높을 정도였다. 1994년 16만대이던 자가용은 2004년 37만대로 급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자가용을 많이 이용하다 보니 도로 곳곳은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았다. 이는 곧바로 모든 차량의 거북이 운행을 초래했다. 특히, 승용차가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 불편을 가중시켜 결국 버스는 외면받기 시작해 1994년 일일 대당 652명이던 승객은 2004년 385명으로 급감하기에 이르렀다.
이용객 입장에서도 불만이 한 두 가지 아니었다.
언제 올 줄 모르고 무작정 버스를 기다리기 일쑤였다. 당시 버스 결행과 정류장 무정차, 불규칙한 운행 간격 등은 부지기수였다. 한 번만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지만, 노선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아 갈아탈 수밖에 없었다. 하루 출·퇴근을 위해 3200원의 교통비(당시 요금은 800원)를 쓰는 건 남의 일이 아니었다. 승객을 많이 태운 만원버스가 속출한 상황에서 과속과 급정거 등 곡예 운전도 서슴지 않았다. 무엇보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약자, 어린이, 임산부 등에게 버스 이용은 그림의 떡일 정도였다.
버스사업자와 기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승용차 증가로 승객이 감소하면서 수입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1994년 일일 버스 대당 652명이던 승객은 2003년 392명, 2004년 385명으로 줄었고, 운송수입 역시 2003년 하루 29만4506원이었지만, 2004년에는 28만5714원으로 2.9% 감소하는 등 매년 수익이 줄었다.
출·퇴근 외 낮 시간대에는 승객이 눈에 띄게 줄어 빈 버스가 속출했지만, 업계에서는 버스 요금 인상만 쳐다봤다. 1988년~98년까지는 매년, 1998년부터 준공영제 시행 초기인 2006년까지는 2년마다 요금을 인상하는 등 후진적 경영구조를 면치 못했다. 여기에다 해마다 유가와 인건비 인상 등이 겹치고 버스기사들의 처우 개선 목소리까지 커지면서 파업 등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전시가 버스 개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는 쉽지 않았다. 버스 노선권이 업체에 있었던 데다, 민간기업이라는 점에서 관의 개입은 어려웠던 것이다.
준공영제 도입을 검토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마침 2004년 당시 대전을 비롯해 부산과 인천, 대구, 광주시 시내버스노조가 파업을 결의하면서 건설교통부가 파업 타개책으로 준공영제 도입을 권장한 것도 한 몫 했다.
대전시가 도입한 준공영제는 노선관리형+수입금관리형이다. 여러 장점이 많았지만, 교통복지 차원에서 운영되다 보니 환승 손실금과 적자 노선 운영 등으로 재정지원금 증가는 불가피했다.
박용재 시 교통건설국장은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준공영제는 버스업계와 시민 모두에게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다”며 “앞으로도 교통문제는 대중교통 중심의 문화와 정책, 제도 등을 바탕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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