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이글스의 거포 중 하나로 꼽히는 내야수 김태완(31)이 부응하지 못하면서 김성근 감독의 주름살을 깊게 만들고 있다.
반면, 1군 출전 경험이 거의 없는 신예 장운호는 장타력과 출루 능력을 보여주며 전력 누수로 약화된 한화 타선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되면서 김 감독이 기다리는 '새로운 얼굴 '로 떠오르고 있다.
김태완은 27일 인천 SK전에서 팀이 뒤지다 동점까지 만든 뒤 맞은 8회초 2사 만루 찬스에서 SK 정우람에게 우익수 플라이로 잡히고 말았다. 기세를 잡고 역전까지 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김태완의 방망이는 어김없이 침묵했고, 결국 한화는 이날 6-8로 역전패하고 말았다.
김태완은 이날 경기에서 애초 선발 라인업에서 빠져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 전 김태완의 부진에 대해 “스윙이 문제가 아니다. 투수가 던지는 볼에 타이밍이 전혀 안 맞는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태완은 지난 19일 NC전부터 26일까지 5경기 연속 무안타다. 26일 경기에서도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지만 3타수 무안타였다. 중심 타선에서 활약해주길 기대했지만 땅볼 2개는 물론, 병살타까지 있었다. 3회에 무사 만루 찬스에서 타석에 섰지만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나며 중심타선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26일 경기 전에도 “(김태완은) 연습 때는 참 잘 친다. 그런데 경기에만 나가면 힘이 들어간다.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한화 입장에선 김경언과 용병 타자 제이크 폭스는 부상으로, 최근 좋은 기량을 보여줬던 최진행까지 도핑테스트에서 적발돼 30경기 출전 정지를 받는 등 전력 공백이 심한 만큼 김태완이 이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워주길 바랐다.
김 감독은 27일 경기에서 김태완을 선발라인업에서 뺐지만 어쩔 수 없이 김태완을 다시 타석에 올렸다. 그리고 결과는 기대와 멀었다. 한 마디로 악재가 겹칠대로 겹친 한화에게 김태완은 '계륵'일 수밖에 없다. 결국 한화는 김태완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반면, 1군 출전 경험이 거의 없는 신예 장운호는 김태완이 부진을 대신 만회하려는 듯 장타력과 출루 능력을 보여줬다.
장운호는 지난 26일 인천 SK전에서 김광현(SK)을 상대로 100%의 출루율을 보여줬고, 8회 1사 1루 상황에서는 고효준을 상대로 1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4구째 141㎞짜리 직구를 그대로 받아쳐 비거리 115m짜리 홈런포를 날렸다. 장운호에게 올 시즌 1호이자, 통산 2호 홈런이었다.
장운호는 부상으로 이탈한 강경학 대신 2번타자로 나서 신인답지 않게 상대 투수에게 전혀 주눅들지 않고 공격적으로 배트를 휘둘렀고, 볼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도 평소 갈고닦은 자신의 스윙을 하며 이날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이날 경기 전 김 감독은 최진행의 출장 정지로 타선 공백이 생긴 것과 관련 “누군가가 나타날 줄 것이다”라고 했고, 장운호가 이에 곧바로 부응한 것이다. 장운호는 앞서 23일 대전 넥센전에서 4회 라이언 피어밴드에게 좌전 안타를 때리며 팀 선취 득점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사실 장운호는 김 감독이 스프링캠프 때부터 공을 들인 선수다. “몸이 약한 편이지만 공을 잡을 때 여유가 있고 어깨도 괜찮다. 선수로서의 감과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김 감독이 말하기도 했다.
배재고를 졸업하고 2013 신인선수 지명회의 6라운드(전체 56순위)에서 한화의 지명을 받은 장운호는 올 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올랐었지만 단 한 타석도 서 보지 못한 채 1주일만에 2군으로 내려갔다.
올해 2군에서 38경기 타율 2할 5푼 2리 29안타 3홈런 21타점으로 고졸 3년차 치고는 괜찮은 활약을 했다.
아직 더 많은 경험과 기량을 쌓아야 하겠지만 장운호가 '김성근의 남자'가 될 지 지켜보는 것도 올 시즌 한화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두선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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