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한길 소속 문정구 변호사는 지난 19일 서울행정법원에 국가를 상대로 부작위 위법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
이번 소송은 메르스 환자가 거쳐 간 병원과 의료기관을 공개하지 않았고 대통령령과 같은 행정입법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할 기회를 박탈했다는게 취지다.
문 변호사는 소장을 통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6조 2항을 근거로 “정부는 확진 환자가 거쳐 간 병원을 공개해 국민이 주의할 기회를 보장하고 나아가 환자의 동선 등 구체적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러나 정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메르스 확진 환자가 처음 발생한 날로부터 19일이 경과한 뒤에야 병원과 의료기관을 공개해 메르스 확산을 초기에 차단할 기회를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문 변호사는 “국가가 국민에게 감염병 발생 상황을 알리는 시행령이나 규정 등 구체적 절차를 두고 있지 않다”며 이 경우 입법 부작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소송은 메르스 확진 환자나 격리자가 아닌 제3자가 제기한 것이다.
법조계에선 이번 소송을 계기로 메르스 확진 환자는 물론 격리자들의 소송 제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르스 확산에 따라 이들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대전과 충남지역 메르스 확진자는 각각 27명, 9명이다.
또 메르스 환자와 접촉해 격리된 인원은 대전 566명, 충남 877명으로 조사됐다. 특히 메르스 감염에 따른 사망자는 10명에 달한다.
국가배상법으로도 손해배상 소송이 가능하다. 다만, 보건당국의 부실한 방역 대응이 고의나 과실로 밝혀질 경우라는 단서가 붙는다.
국가배상법 2조 1항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나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가 대신 손해를 배상하도록 돼 있다. 정부를 상대로 한 대부분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반 국민은 이 법률에 근거해 재산상·정신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메르스 확진 환자의 소송 제기는 충분히 가능하다”며 “하지만, 메르스 방역 대응의 과실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아 승소 가능성은 미지수”라며 소송 낙관론을 경계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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