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 이어 어머니까지 메르스에 잃은 유가족이 메르스 사망자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며 시신 화장을 나흘째 거부하고 있다.
감염을 우려해 사망 직후 화장을 서두를 뿐 격리진료자의 가족 면회나 사후 장례절차까지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유가족에게 부담을 지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메르스 확진을 받아 대전 국가지정 격리병상에서 치료 중이던 A(81·82번 확진자)씨가 지난 18일 숨을 거둔 후 나흘이 지난 현재까지 화장이나 매장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A씨는 지난달 9일 천식 증상으로 건양대병원에 입원한 남편 B씨(83·36번 확진자)를 간병하기 위해 병실에 머물던 중 남편과 함께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남편 B씨가 입원한 1007호 병실에 대전 첫 메르스 확진자인 16번 환자가 지난달 28일 들어와 30일까지 머물러 이때 노부부와 밀접 접촉이 이뤄졌다.
유가족은 지난 3일 아버지가 메르스에 감염된 채 희생되고도 곧바로 화장돼 아무런 피해자 처우를 받지 못한 것처럼 어머니까지 똑같이 소홀한 방식으로 보내드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메르스 부부 사망자의 장남(62)은 21일 “보건당국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화장을 서두를 때는 사후 장례 과정도 책임질 듯하더니 유해를 화장장에 옮긴 직후부터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며 “어머니만큼은 메르스 피해자에 부합한 처우를 정부가 보장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메르스에 희생된 유가족을 보면 면회가 지나치게 제한돼 임종을 지키지 못하거나 화장 후에는 유가족에게 전적으로 맡겨져 장례식장도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메르스 관련 대전에서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은 화장만 서둘러 안내받았을 뿐 유가족을 위한 장례식장 안내나 유해 봉안 장소 등에 대한 지원은 제공되지 않았다.
지역 보건당국 관계자는 “메르스가 전국적으로 발생한 상황에서 지역 보건소에서 유가족과 협의할 부분은 많지 않다”며 “재감염 예방을 위해서도 화장을 먼저 진행할 것을 유가족에게 계속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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